<금주의 인물>한국 금융 개척자, 세계의 롤모델 되다

미국 하버드대 공부벌레들이 연구하고 따라 배우게 될 사람. 박현주(51) 미래에셋 회장입니다. 한국 ‘증시 파워맨 1위’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살아온 박 회장이 이번 주 초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경영학석사(MBA)과정의 강의 대상으로 선정된 겁니다. 국내 금융인을 통틀어 처음이지요. 하버드대생들은 내년 4월부터 미래에셋 성장스토리와 박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배우게 됩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11일 “외국인들에게 한국 금융산업의 성장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또 “지금까지 미래에셋이 창조한 가치를 지키는 데 만족하지 않고 한국 자본시장에 의미 있는 일을 더 많이 해야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년여. 이 시점에 박 회장은 미 대학생들뿐 아니라, 한국인들 역시 되새겨 본받아야 할 도전정신과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입니다. 문화일보가 박 회장을 금주의 인물로 선정한 이유입니다.

뭐가 그리 대단한 사람일까요. 박 회장의 성장 스토리를 찬찬히 되짚어 가다 보니 ‘한국 증권·투신업계의 영웅’이란 금융계 찬사가 괜한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박 회장은 줄곧 한우물을 팠습니다. 대학 때 처음 주식을 접하고 자본시장의 매력에 눈 떠 남들이 꺼리는 증권사에 입사, 열정적인 증권맨으로 일했습니다. 10년간 증권사를 다니면서 최연소 지점장·임원 타이틀을 따냈지요. 1997년엔 독립해 미래에셋투자자문사를 설립했습니다.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었습니다. 그 이듬해 국내 1호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하고 국내 최초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를 출시합니다. 그가 한 일은 모두가 ‘최초’란 수식어가 따라붙었습니다. 남다른 도전정신과 창의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투명성을 강화한 펀드를 공격적으로 판매, 대성공을 거둡니다. 현재 미래에셋 성공 신화의 초석이 놓아진 거지요. 실패도 약이 됐습니다. ‘박현주 2호’ 펀드의 실패는 박 회장의 시각을 해외로 넓히도록 만들었습니다. 좀 더 넓은 시장에서 다양한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소중한 자산을 안전하게 불려가겠다는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그 사이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도 출범했습니다. 장기투자, 가치투자의 원칙을 지켰습니다. 박 회장은 직원들에게 “기본과 원칙에 따라 생각하고 일을 추진하라(Building on Principles)”고 강조했습니다. 미래에셋 창립 12년. 2009년 10월 현재 국내 전체 펀드 계좌수가 2067만개, 그중에 미래에셋 계좌가 650만개입니다. 웬만한 대한민국 가정은 미래에셋펀드를 1개씩 가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오지요. 2003년 홍콩법인을 시작으로 현재 미국, 영국, 브라질, 인도에 이어 중국 본토에서의 법인 설립을 현재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해외 운용자산이 20조원에 달합니다. 아시아 1위 자산운용사가 될 날도 멀지 않은 듯합니다.

일개 개인이 혈혈단신 맨손으로 만든 업적치고는 엄청난 일입니다. 그런 박 회장한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그의 기업가 정신을 알고 나면 박 회장은 더욱 매력적인 존재가 됩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미래에셋 본사 사옥엔 “바르게 벌어서 바르게 쓸 때 돈은 꽃처럼 아름답습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박 회장은 아름다운 자본주의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합니다. 미래에셋의 핵심가치가 ‘사회적 책임’입니다. 박 회장은 “최고의 부자가 되기보다 최고의 기부자가 되겠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박 회장은 올 초 200억원대의 배당금을 포기했지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 분담 차원이었습니다. 앞서 2000년 3월엔 ‘사회공헌실’과 사회복지법인 ‘미래에셋 박현주재단’을 만들어 사회공헌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우수 인재 발굴 사업을 벌여왔고, 앞으로 10년 동안엔 1만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합니다. 저소득층 공부방을 만들기도 하고 희망북카페 지원사업도 벌였습니다.

박 회장은 자신의 저서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꿈을 갖고 도전하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라고 두려워하지 마라. 그리고 열정을 가져라. 꿈이 목표라면 열정은 그 꿈을 실현시키는 엔진이다”라고 강조합니다. 박 회장 같은 인물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더 부유하고 건강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겠지요.

박수균기자 freewi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