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쇠락한 시장터에 ‘예술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별천지 출입구’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듯 산뜻한 그림으로 장식된 지하도 입구로 식당 아주머니가 예술가들의 늦은 점심을 배달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생활과 예술의 경계선 중앙시장 점포들 사이에 신당창작아케이드 간판이 지하쇼핑센터 간판과 함께 걸려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버려진 병도 다시 보자 유리로 작품을 만드는 유리공예는 더욱 섬세한 손길을 요구한다. 작가는 버려진 음료수병을 모아다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누구나 작품 모델 얼떨결에 예술작품의 모델이 된 횟집 주인이 자신의 가게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녹이고 붙이고… 칠보공예는 유리가루를 금속에 녹여 붙여 모양을 내는 전통공예다. 다양한 색깔의 유리가루가 작가의 손을 거쳐 아기자기한 장신구로 다시 태어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예술도 식후경 일러스트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가득 걸려 있는 작업실에서 늦은 저녁을 배달시켜 먹고 있다. 작업에 열중하다 보면 끼니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두드리고 또 두드리고… 금속공예가는 청동판을 두드려 달리의 그림에 나오는 듯한 조형물을 만들고 있다. 어떤 쇠붙이든 그의 손을 거치면 예술작품이 된다.

재래시장이 으레 그렇듯이 서울 중구 황학동 720 중앙시장의 겉모습은 어수선하고 너저분하다. 안 먹고 안 입고는 살 수 없는 인간의 속내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적나라하게 다 드러나는 곳이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 튀김집과 야채가게, 그릇가게를 지나면 귀퉁이에 조금은 수상한 간판이 눈에 띈다 - 신당창작아케이드.

뭔가 싶어 간판 밑 으슥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고소하고도 비릿한 생선 굽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우럭과 광어가 도마에 오를 날을 기다리며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횟집을 지나면 왁자한 시장과는 다른 생뚱맞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불집 주인이 방바닥에 엉덩이를 지지며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 옆에선 삐딱하게 누운 그림모델이 얄궂은 웃음을 흘리고 있다. 시장 아주머니들이 머리를 볶고 있는 미장원 앞에서는 유리공예가가 사이다·콜라병을 달궈 외계생물체 같은 조각을 만들어내고 있다.

100여m 가까운 지하상가 복도 양쪽으로 이불집과 화실, 미장원과 금속공예집, 옷가게와 도자기공방이 번갈아 나타난다. 피규어니 북아트니 하는 생소한 작업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한때 서울에서 손꼽는 큰 장이었던 중앙시장 지하의 신당지하상가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손님을 뺏기면서 쇠락해 99개 점포 중 반 이상이 텅 빈 채 방치된 을씨년스러운 곳이었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이런 버려진 공간을 활용해 젊은 작가들에게 작업장을 마련해 주고 시장 기능도 활성화시키기 위한 서울시의 ‘창작공간조성사업’의 하나로 마련되었다.

현재 지하상가에는 금속 유리 보석 도자기 나무 종이 등 갖가지 공예와 그림 사진 미디어영상 등 여러 장르의 신진 작가 40명이 입주해 있다.

어수선한 시장통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예술활동이 가능할까 싶지만 오히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대중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어 입주작가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예술가와 상인들이 서로 조심스럽게 흥정하고 거래를 트고 있는 곳.

버려진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꾸며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처럼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수준 높은 문화를 창출해내며 지역경제도 활성화하는 새로운 도시개발 모델이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글 =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