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인물>浙江省 ‘성공신화’ 이끈 ‘포스트 후진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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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덩샤오핑(鄧小平), 보위보(薄一波) 등 중국공산당의 배후에서 막후 실력을 행사하고 있던 8인 원로회의는 “중국의 미래를 이끌 후계자를 찾아내라”고 당에 지시를 내립니다. 지시를 받은 당 정치국과 중앙조직부는 당성, 능력, 평판 등을 기준으로 전국을 샅샅이 뒤진 끝에 두 명을 추천해 올립니다.

그 두 사람이 바로 2007년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오른 시진핑(習近平·사진) 당시 푸젠(福建)성 부서기와 리커창(李克强) 당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제1서기였습니다.

문화일보는 지난 16일 한국을 방문한 ‘준비된 5세대 지도자’ 시진핑(56) 중국 국가부주석을 금주의 인물로 선정했습니다. 중국의 차기 국가주석으로 유력한 시진핑 부주석의 행보는 중국의 차기 정부 정책을 재단할 수 있는 가늠자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5년 저장(浙江)성 당서기 시절 방한한 적이 있지만 당시의 무게감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국공산당 서열 6위로 훌쩍 커버린 그는 이변이 없는 한 2012년 가을에 열리는 중국공산당 제18기 전국대표대회에서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에 이어 국가주석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호사가들은 시진핑이 태어날 때부터 국가지도자의 자리와 인연이 있었다고 거리낌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 ‘진핑(近平)’이 ‘베이핑(北平·베이징의 옛 이름)과 가깝다’는 뜻으로 작명부터가 권력의 심장부인 베이징을 향하고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아버지 시중쉰(習仲勛)은 1928년 15세의 나이로 공산당에 입당해 산시(陝西)성과 간쑤(甘肅)성에 소비에트정부를 꾸린 뒤 당의 정예부대였던 제1야전군 정치위원으로 항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혁명원로입니다. 시중쉰이 1962년 ‘류즈단(劉志丹)’ 필화사건을 겪으면서 시진핑도 함께 지방으로 내려가 노동학습을 하는 등 고난을 겪게 되지만 문화혁명의 주역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면서 ‘시중쉰’이라는 배경은 젊은 시진핑을 출세가도를 달리게 합니다.

당장 1975년 칭화(淸華)대 입학이 문화혁명의 막바지에 시중쉰의 동지들인 덩샤오핑계 인사들이 교육 부문을 장악하면서 가능했다는 평가가 그렇습니다. 대학졸업 후 국방부장 비서를 맡더니 허베이(河北)성 정딩(正定)현 서기를 거쳐 단번에 푸젠(福建)성 샤먼(厦門)시 부시장으로 성장합니다. 시부주석이 정딩현 당서기로 활동하던 시절의 활동상을 담은 장편소설 ‘신성(新星)’은 CCTV 드라마로도 제작돼 시청률 92%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푸젠성에서 성장까지 20여년을 일하다 아버지가 사망하던 해인 2002년 그는 저장성으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저장성 부서기 겸 대리성장 부임 이듬해 공석이 된 저장성 서기직에 오른 뒤 2007년까지 그가 당서기로 있는 동안 저장성은 민간기업의 약진 덕분에 중국 최고의 경제성장 모델로 떠오르면서 전국적인 인물로 혜성처럼 도약합니다.

그후 2007년에는 상하이시 서기 천량위(陳良宇)가 비리혐의로 축출되자 저장성에서의 성과와 상하이방과의 오랜 호흡을 바탕으로 후진타오 주석의 오랜 동료 류옌둥(劉延東) 당 통일전선부장을 밀어내고 상하이시 서기에 올라 일약 태자당(太子黨·중국 공산혁명 원로의 자녀나 친인척)의 선두주자로 치솟으며 정치국 상무위원의 디딤돌을 놓은 것입니다.

비록 지난 9월 중국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그의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선출이 무산되고, 여전히 강력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후진타오 주석계의 공청파들, 특히 후 주석과 동향으로 지난 17차 당 대회에서 자신에 밀려 서열 7위를 기록한 리커창 부총리의 역전 시도 등이 예상되지만 5년내 현재의 격차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180㎝가 넘는 장신에다 포용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시진핑 부주석의 부인은 중국의 ‘국민가수’로 통하는 펑리위안(彭麗媛)입니다. 그가 이끄는 차기의 중국 정부는 그의 포용력과 그 부인의 아름다운 목소리처럼 한·중 관계는 물론, 대(對)서방 관계에도 잡음 없는 환상 선율로 가득한 국제사회를 이룩하는 데 노력하기를 기대해봅니다.

베이징 = 한강우특파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