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무산되나

이명박 정부가 대표적 친서민 정책 중 하나로 꼽고 있는 ‘취업후 학자금상환제도(학자금상환제도)’가 당초 예정됐던 내년부터 시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전체 대학생의 50%(107만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한 제도였던 만큼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에 빠지게 됐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이종걸(민주당) 위원장은 2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교과위 전체회의에 학자금상환제도 관련법안을 상정하기 힘들 것 같다”며 “취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년 한 해 동안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쳐서 점진적 제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교과위 전체회의에 앞서 “오늘도 학자금상환제도 관련 법안 상정은 힘들 것”이라며 상임위 법안 상정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은 학자금상환제도와 관련, “지난 정부 때도 하려고 했을 정도로 취지는 너무 좋은 제도”라며 “그러나 이 제도 시행을 위해 정부가 내년 한해에만 학생들의 대출 원금과 일부 이자를 포함한 9조원대의 채권을 발행하려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극도로 해치는 ‘돈 정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예산이 하나도 없으면서 ‘한국장학재단설립법’ 개정안을 통해 정부의 무제한 채권 발행이 가능토록 해달라는 것인데 야당으로서 수용이 가능한 것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도 “학자금상환제도를 도입한다며 3000억원에 달하는 저소득층 대학생 지원 예산을 삭감하려 한다”며 “더구나 장학재단의 자기자본도 없이 9조4000억원의 채권을 무제한 발행해선 안 된다”고 적극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 역시 학자금상환제도에 대해 “다른 부처에서도 부러워하는 훌륭한 제도이지만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고 인정한 만큼, 야당이 여당에 서민교육정책의 ‘좋은 이슈’ 하나를 뺏겨 더욱 반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과위 한나라당 간사인 임해규 의원은 “법이라는 게 정부가 하자는 대로만 하는 것도 아니고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여지를 열어놨지만 민주당이 도무지 협상을 하려 하지 않는다”며 “요즘 학자금상환제도와 관련해 문의전화가 하루에 2000건씩 접수된다고 하는데 올해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고 토로했다.

정부 여당은 특히 학자금상환제도와 관련해 지금까지 수차례 연구용역을 실시, 중간발표 및 공청회도 거쳤으며 학생·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내년 시행’이 기정사실화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