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진 ‘대혼돈’>시신 썩는 냄새 진동… CNN 기자, 뇌수술 집도

18일로 지진 발생 엿새째를 맡고 있는 아이티에서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생존자 구조작업이 필사적으로 진행되는 한편,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다시피한 부상자들에 대한 치료도 본격화하고 있다. 약탈로 인한 사회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생존자들은 곳곳에서 기도와 추모행사를 열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 외신들에 따르면 현지에 파견된 구조대원 및 언론인들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적은 악취. 곳곳에 방치된 시신들에서 풍겨나오는 시신 썩는 냄새 때문에 처음 현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제대로 호흡하기도 힘들 정도다. 특히 300여구가 임시로 안치돼 있는 시체안치소 부근은 악취로 인해 저절로 코를 부여잡을 정도다. 가뜩이나 열악한 아이티의 공중 보건 시설이 지진으로 아예 붕괴되면서 각종 인분 냄새 및 음식물 부패 냄새도 심각한 수준이다. 아이티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거나, 콧구멍 안에 오렌지 조각을 넣기도 하지만 별 효과는 없다고 한다.

●… CNN방송의 의학전문기자이자 외과의사인 산제이 굽타는 지진 현장에서 취재와 치료를 동시에 병행하는 새로운 ‘취재 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공중위생국장을 제의받기도했던 굽타는 이날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에서 12세 아이티 소녀에 대한 뇌수술을 집도했다. 이 소녀는 지진 당시 1.2㎝ 크기의 콘크리트 파편이 두개골에 박혀 수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소녀는 현재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인명피해 및 재산 손실 규모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AFP는 현재까지의 각종 피해 현황을 수치로 정리했다. 아이티 정부는 지진 발생 후 7만여 구의 시신을 회수해 매장했으며, 사망자 수는 2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상자만 25만명 이상으로 파악되며 거처를 잃은 아이티인의 수는 15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유럽연합(EU) 집계에 따르면 4000채의 건물이 파괴됐으며, 국제이주기구(IOM)는 100만명 가량의 아이티인에게 지금 당장 숙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