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진 ‘대혼돈’>“막대사탕 한개로 허기 달래며 삶의 희망 포기 안했다”

“우리를 지탱해준 힘은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과 막대 사탕 1개였습니다.”

아이티 지진 엿새째인 18일, 매몰된 건물 잔해 속에 묻혀 있다 구출된 시민들의 감동 스토리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국제구호 종교단체인 IMA월드헬스 소속 릭 산토스는 가족 및 측근 등 5명과 함께 50여시간 동안 호텔 잔해 속에 갇혀 있다가 구조됐다. 산토스는 CNN인터뷰에서 “우리는 서로 살아서 나갈 수 있다고 희망을 얘기했고, 막대 사탕 1개를 돌려먹으며 허기를 달랬다”고 전했다. 산토스는 마침 껌도 가지고 있어 배고픔을 참는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토스 일행은 지진이 발생할 당시 수도 포르토프랭스 소재 몬태나 호텔 로비에 막 들어서고 있었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가 심하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건물이 무너지며 잔해속 빈 공간에 매몰됐다. 잠시 뒤 정신을 차린 산토스와 일행은 모두들 무사한지 말을 걸었으나 동료 2명은 심하게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때부터 이들은 서로 번갈아 가며 희망을 얘기하기 시작했으나, 산토스 본인조차 이곳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공포감에 떨어야 했다. 다음날, 잔해 바깥쪽 면을 구조대가 망치로 두들기며 “안에 생존자가 있나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고, 산토스 일행은 전력을 다해 “이 안에 사람이 있다”고 고함을 쳤다. 그러나 별다른 구조장비가 없었던 구조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암흑 속에서 이들은 휴대전화 불빛으로 불을 밝히며 서로를 계속 격려했고, 마침내 지진 발생 사흘째인 목요일(14일) 구조대에 의해 구출되면서 사투를 마칠 수 있었다.

한편 지진 현장에서 실종된 친척이 숨졌을 거라고 생각했던 한 미국거주 아이티 교민은 방송화면을 통해 친척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고 환호를 질렀다. 마사 마니카트는 지진 당시 포르토프랭스의 친구집에서 친구 아이 2명을 돌보고 있었다. 지진으로 집이 붕괴되면서 아이 2명은 숨졌고, 본인 역시 세상과의 통로가 단절됐다. 마사의 사촌인 조지프는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아이티 교민. 사촌동생을 찾기 위해 마사의 사진을 온라인 사람 찾기 사이트에 올리는 등 필사의 노력을 했으나, 결국 마사가 머물던 집이 붕괴됐으며 숨진 게 틀림없다는 목격자의 전언을 들었다. 조지프는 지진 발생 사흘째인 금요일(15일), 모친의 다급한 외침을 들었다. 고국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시청하던 모친은 언뜻 마사처럼 생긴 부상자가 바닥에 누워있는 장면을 목격한 것. 뉴스 화면을 되돌려본 조지프는 사촌 마사가 아직도 살아 있으며, 긴급 구조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