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왜 이 지경까지 - 집중해부>효율 좇다 품질 놓쳐…‘일본병’에 ‘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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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없는 차’의 대명사로 불리며 명성을 쌓아오던 토요타가 대량 리콜이라는 블랙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리콜사태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토요타는 2월 말 미 의회 청문회와 가속페달 결함 축소·은폐 의혹 등으로 새로운 시련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람쥐도 간혹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지만 너무 큰 나무에서 추락하면 위태로울 수 있다”며 이번 사태가 과도한 효율성과 가격경쟁력을 추구하는 일본 제조업체 전반의 문제로 비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찬 (경영학) 가톨릭대 교수는 11일 “토요타의 가장 큰 장점은 해외 현장이고, 약점은 본사라는 말도 있지만 규모확대 경쟁을 해온 토요타 본사 세계화 전략의 그림자가 예상보다 짙다”며 “이번 사태는 신이 아닌 이상 완성차업체가 2만5000개에 달하는 부품관리를 내부적으로 전부 감당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해준다”고 말했다. ‘도요타 웨이’의 역자이기도 한 김 교수는 “토요타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운영해 오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누미(NUMMI) 공장의 폐쇄 등으로 미국 노동자들 사이에서 토요타에 대한 배신감이 커진데다 미·일간의 정치외교적 상황에서도 나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세계화의 그림자는 기업과 공장에서 다 풀 수 없고 사회적 책임과 문화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토요타는 사람의 손으로 하던 설계의 상당 부분을 디지털화했고, 5년 만에 30%를 절감하겠다던 목표를 3년 안에 달성하는 등 개발기간을 큰 폭으로 단축했다”며 “특히 엔고(高) 극복을 겨냥해 본국에서와 같은 품질관리가 쉽지 않은 해외생산체제를 단기간에 확대한 것이 (이번 대량리콜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면서 닦아온 기술을 담은 ‘토요타 웨이’라는 매뉴얼을 세계 곳곳의 토요타 현장에 배포했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이 불과 몇년 안에 습득하기는 어려웠고 품질 검증도 완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필수(자동차학)대림대 교수는 “오는 2015년까지 부품의 40%가 전기 전자 장비로 교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이번 토요타 사태는 자동차의 전장화로 대규모 리콜로 이어진 첫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토요타 사태에 이어 혼다까지 리콜 사태에 휘말리면서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미 ‘일본병’이 폭넓게 번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하이브리드카 등 기존 기계식 시스템보다 1.5배 정도 복잡한 전자제어장치를 채택하는 차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까다로운 환경규제를 충족시키면서도 연비를 높이기 위한 경쟁이 가열되고, 이를 위한 무리한 원가절감 노력이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품질에 대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검증 시스템 도입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강조했다.

예진수·김남석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