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목엔 ‘투혼의 금메달’

“4전5기의 도전정신은 잊지 않겠다.”

올림픽 무대만 5차례 밟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맏형’ 이규혁(사진)이 16년 동안 이어진 올림픽 메달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팬들은 인터넷 등에 올린 글들을 통해 “금메달보다 아름다웠던 도전정신”이라며 칭송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규혁은 18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ｍ에서 1분09초92의 기록으로 9위에 머물면서 ‘노메달’로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그 자신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말해온 만큼 사실상 한 개의 메달도 목에 걸지 못한 채 올림픽 무대를 떠나게 됐다.

중학생 시절인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첫 올림픽 무대를 경험한 이규혁은 이후 1998년 나가노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 2006년 토리노까지 올림픽마다 금메달 후보라는 기대 속에 경기에 나섰지만 결과는 늘 아쉬웠다. 이규혁은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 이익환 씨와 피겨스케이팅 대표코치 출신 어머니 이인숙씨의 장남. 동생 이규현도 피겨스케이팅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빙상 명가’ 출신이다. 13살이었던 1991년 일찌감치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규혁은 20년 가까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국제 무대를 누비면서 한국 빙상의 상징으로 활약해왔다.

아들이 경기를 치르던 시간 떨리는 마음에 차마 경기를 지켜보지 못한 어머니 이인숙 씨는 “그래도 이규혁 선수가 세계 최고였다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알 것”이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오전 이번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아쉽게 ‘노메달’에 그친 빙상대표팀 맏형 이규혁 선수에게도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메시지에서“이규혁 선수와 같은 용기있는 선배가 있어서 후배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면서 “끝까지 선전한 이규혁 선수의 강인한 정신이 정말 좋았고, 국민들은 이규혁 선수를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