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의혹투성이 軍대응>金국방 “함미 위치 처음부터 알았다” 장소 알고도 발견에 사흘 걸렸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독도함 수색 지휘 아시아 최대 수송함인 독도함이 30일 오전 백령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백령도 = 곽성호기자

- “유속 빨라 작업 느리다”더니
비판 일자 태도 변화… 유속 더 빨라진 뒤 성과

- 탐지능력 갖춘 함선 뒷북 출동
폭발뒤 이틀 지나 투입… 민간어선 탐지기 의지

- 침몰 당시 아쉬운 구조 중단
“함장이 점검했다” 말 듣고 확인없이 구조 끝내

30일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5일째를 맞은 가운데 관련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군 당국의 탐색 작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침몰 당시와 이후 군 당국이 취했던 대응 내용들은 보면 볼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군 당국 스스로 당초 발표했던 내용을 뒤집는가 하면 군의 설명과 실제 상황이 전혀 다르게 드러나기도 했다. 침몰 자체를 떠나 사고 대응 과정을 두고 군 당국이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① 뒤늦게 발견된 함미 =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선미(함미·배꼬리) 장소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조류가 강해서 흘러내려갔다. 실제로 확인하니 200m 정도 이동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함수(뱃머리)의 위치는 침몰 당시부터 추적했지만 함미의 위치는 대강 추정만 하고 있다”던 당초 군 당국의 설명과 차이가 있다. 천안함의 함미는 최초 폭발이 이뤄진 지점으로부터 북쪽으로 180m쯤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김 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군 당국이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았던 함미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왜 사흘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함미를 최초로 발견한 것은 군 당국이 아닌 민간 어선들이었다. 김 장관은 뒤늦은 함미 발견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자 “기뢰탐색함(소해함)이 근처에 있어 투입됐다면 더 좋은 결과를 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이 잘못된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② 유속 빨라진 뒤 더 적극적인 작업 = 천안함 침몰 이후 군 당국은 ‘왜 이리 구조에 진척이 없느냐’는 실종자 가족들의 채근에 “침몰 지점의 유속이 빠르고 시계(視界) 확보가 안돼 어려움이 있다”는 해명을 되풀이해서 내놨다. 하루 2차례 물결이 잔잔해지는 정조(停潮) 시간대에 한 시간씩만 작업이 가능하고 빠른 유속과 낮은 수온 등의 이유로 한번에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3~4분 남짓하다는 것이었다. 야간 탐색도 초기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실종 장병들의 생존 가능시간이 ‘침몰 후 69시간’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고 이명박 대통령과 정치권이 “실종자 구조를 서두르라”는 주문을 잇따라 내놓자 군 당국의 태도는 바뀌었다. 29일에는 해가 진 지 한참이나 지난 오후 10시30분에 수색 작업이 끝났고, 30일 오전 2시부터 2시간여 동안 또 다시 수색 및 구조 시도가 이어졌다.

천안함이 침몰한 26일 이후 인근 해역의 유속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지만 군 당국의 수색 및 구조 작업은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③ 첨단 함선들 뒷북 출동 = 천안함 함미가 29일 오후 늦게야 발견되면서 더욱 아쉬움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3000t급 구조함인 광양함이 천안함 침몰 현장에 도착한 것은 28일 오후 2시30분이었다. 기뢰탐지 능력을 갖춘 양양함, 옹진함 등 소해함은 이날 밤 늦게나 현장에 도착했다. 3200t급 구조함 살버함, 9000t급 구축함 커티스윌버함 등 미군 함선들은 29일 오전, 아시아 최대 규모 수송함인 독도함은 이날 오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제대로 된 탐지능력을 갖춘 함선들이 현장에 도착해 작업에 들어간 것은 28일 밤부터인 셈이다. 이전까지 군 당국은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을 투입, 시계도 확보되지 않은 바닷속에서 거의 인력에 의지해 천안함 함미를 찾고 있었다. 결국 군은 어군탐지기를 장착한 민간 어선의 도움을 받고서야 함미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④ 침몰 당시 아쉬운 구조 = 26일 천안함 침몰 당시 현장에 출동해 56명을 구조한 해양경찰청 소속 경비함을 지휘했던 고영재 함장은 30일 1~5차 구조 이후 구조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천안함 함장이 최종적으로 점검을 마치고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 함장은 “천안함 함장이 ‘더 이상 생존자가 없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고, 5차 구조 후에도 수색·구조활동을 계속했다”고 말했지만, 당시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과 승조원들이 적절히 대처했는지 여부는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해경 경비함 대원들은 구조활동을 벌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평택 = 박준희·백령도 = 채현식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