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금양호 침몰 이후>해경-船社 ‘책임 떠넘기기’… 실종자 가족 두번 울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일 해경 경비정이 금양98호를 침몰시킨 것으로 의심되는 캄보디아 선적 화물선에 접근하고 있다. 백령도 = 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지난 2일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 장병 수색 작업을 마치고 조업구역으로 이동하던 중 침몰한 금양98호가 조난신호 접수 후에도 1시간 반 동안 이렇다 할 구조작업 없이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조난신호는 금양98호 침몰과 동시에 자동으로 발송됐지만 인천해양경찰서는 사고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1시간이 지난 뒤에야 출동,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2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벌어졌음에도 해경과 금양98호가 소속된 선사 측은 출동 지연의 원인을 둘러싸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 사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5일 인천해경과 금양수산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8시30분쯤 금양98호가 캄보디아 국적 화물선과의 충돌로 추정되는 사고로 침몰했다. 당시 배 안에 설치된 자동 조난신호 발송시스템에 의해 조난신호가 해경에 접수됐지만 해경은 1시간 뒤인 9시30분쯤 출동, 사고 발생 1시간30분이 지난 오후 10시쯤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이미 금양98호는 완전히 침몰한 상태여서 해경은 일부 부유품만 찾는 데 그쳤고, 하루가 지난 3일에야 김종평(55)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캄방 누르카요(36)의 시신을 찾아냈다.

해경의 출동이 지연된 이유는 사고 여부를 뒤늦게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조난신고 접수 후 해경은 사고 어선의 선장에게 연락해 확인 작업을 거쳤어야 했지만, 엉뚱하게도 금양98호가 아닌 금양97호 선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금양97호 선장은 “배에 아무 이상이 없다”며 평소 조난신호 시스템 오작동이 잦다는 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금양98호 선원들은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실종됐고, 금양97호는 뒤늦게 금양98호가 사라진 사실을 알고 오후 9시16분쯤 해경측에 실종 사실을 신고했다.

인천해경 측은 출동 지연 이유에 대해 “금양98호 선사 측에서 98호가 아닌 97호 선장 연락처를 잘못 가르쳐주는 바람에 확인이 늦었다”며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이는 해경이 정부 당국의 도움 요청을 받고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자원했던 어선의 연락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선사 측도 해경이 금양98호를 통해 사고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출동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해경과 선사 측의 안이한 대응 속에 금양98호는 수심 70m의 서해바다 속에 수장된 것이다.

인천 =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