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장롱법안’ 되나

한나라당의 세종시 6인 중진협의체가 끝내 좌초했다. 3월8일 의욕적으로 출범했던 6인 중진협의체는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간 기존의 입장차만 재확인한 채 21일 활동을 마치고 ‘공’을 최고위원회의로 다시 넘겼다.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종시 수정문제의 의견접근을 보지 못한 끝에 마지막 ‘비상구’로 등장했던 중진협의체마저 아무런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45일간의 활동을 접은 만큼 정부 측의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친이들은 지방선거 이후 재논의를 기약하지만 6·30 전당대회, 7·28 재·보궐선거, 8월 하한기, 9월 예산 국회 등의 후반기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시간이 갈수록 세종시 추진 동력은 떨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3월23일 제출된 정부의 세종시 수정관련 5개법안은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 한번 못해보고 사장되는 등 ‘장롱법안’이 될 위험에 처했다.

한 친이계 핵심 의원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세종시 추진 동력이 다시 생길 수 있다”며 “선거가 끝난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친박과 제대로 한번 맞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지방선거 이후 국민투표 추진 가능성도 제기한다. 중진협의체는 그간 회의다운 회의 한번 못해보고 감정대립만 해와 ‘처음부터 시간벌기용’이 아니었느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중진협의체에 참여해온 친이계 이병석 의원은 “50일 가까운 동안 친박들은 원안고수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당론 결정을 위한 의총 표결에도 반대했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실제 이 의원 등 친이들은 중진협의체에서 ‘2~3개 부처+사법부 등 독립기관 이전안’을 협상안으로 제시했지만 친박들은 “어떤 절충안도 수정안에 다름 아니다”며 원안고수를 주장했다.

친박들은 또 당론채택을 위한 의총 표결을 반대하면서 “논란을 일으킬 것 없이 관련 국회 상임위에서 법안을 상정해 표결처리하자”고 맞섰다. 친이들은 친박과 야당의석을 합치면 부결될 게 뻔한 만큼 상임위 표결에 반대하는 등 역전된 모습도 보였다.

한편 정운찬 국무총리는 이날 대전을 방문하는 등 ‘세종시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정 총리가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과학의 날’ 기념식 참석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방문에 이어 대전지역 언론사 국장급들과 비공개 오찬간담회를 열기로 한 것은 세종시 수정에 대한 지역의 찬성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