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이후-‘작계’ 수정론 급부상>“비정규전 대비 강화… ‘작전계획’ 전면 손질해야”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서해5도 등 접적(接敵)지역에서 북한의 잠수함 위협 등에 대비해 전력을 증강시키고 작전계획(작계)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 잠수함을 비롯한 수중 위협 등 북쪽이 월등히 수적 우위에 있는 ‘비대칭전력’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잠수함이나 잠수정이 침입할 수 있는 주요 지점에 설치돼 이들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는 ‘수중음파탐지시스템(SOSUS)’을 서해안에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잠수함을 탐지하는 음탐장비(소나)와 초계함의 레이더 성능개선, 소해(기뢰탐색·제거) 헬기인 MH60 도입과 중형 대잠(對潛)헬기 시호크(SH60) 도입 등도 검토되고 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천안함 사태가 비대칭전력을 낳는 북한의 재래식 전력 능력을 재평가하는 기회가 돼야 하며 전면전에 대비하는 작전개념에서 비정규전에도 대비하는 개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형 수상함이 많은 한국 해군이 총 톤수면에서 북한보다 1.7배 우세하고 첨단장비들을 탑재해 원해작전과 원거리 공격능력이 우수하지만 월등한 수상함 전력만 믿고 대잠전 대비는 소홀히해온 게 아니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군 개혁이 더디다 보니 전체 전력증강비용 중 해·공군 예산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은 상태에서 미래전력 위협에 대비해 ‘대양해군’ ‘항공우주군’을 지향하다 보니 사실상 ‘주적’인 북한과 마주한 상황에서 대북 방어태세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점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국방개혁 2020’의 세부 전력증강 계획과 무기체계 등 군사력 우선순위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차두현 KIDA 북한연구실장은 “현실적으로 우리 대잠·초계 경계망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북한의 소행 여부를 떠나서 앞으로 보강대책 및 전략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군은 전면전을 상정하고 1980년대 수립한 ‘5-7 전쟁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정규전으로는 남한과 승산이 없다고 보고 비대칭전력을 혼합한 새 작전계획을 수립했다”며 “남북간 재래식 전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사일·생화학무기와 더불어 잠수함전력 등의 비대칭전력을 강화해 왔다”고 말했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