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이후-‘對北 압박‘ 국제 이슈화>美, ‘열쇠 쥔’ 中 동참 조심스런 유도

커트 캠벨 미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6일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 “미국은 중국 정부에 대해 책임 있는 역할을 권고했다”고 언급, 미·중 양국이 천안함 사고 이후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미칠 파장에 대해 주의 깊게 조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동서센터 주최 국제미디어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위해 홍콩을 방문중인 캠벨 차관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사고 이후 중국 측과 가진 협의에서 이 사건에 대해 미국이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에 대해 얘기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캠벨 차관보의 발언에 대해 정부당국자는 27일 “천안함 사고 조사 후 어떤 결과가 나올 경우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는 점을 미국측이 중국측에 강조한 것일 수 있다”면서 “중국이 최근 들어 천안함 사고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기 시작한 것은 미·중 협의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천안함 침몰사고 후 침묵으로 일관하다 지난 20일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천안함 침몰은 불행한 사건”이라며 “우리는 (사건 원인에 대해) 한국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데 주목하고 있다”고 첫 논평을 한 바 있다.

사건 발생 25일이 지난 뒤 뒤늦게 중국정부가 입장표명을 한 것은 미·중 양국이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를 전후로 천안함 사고관련 협의를 진전시킨 데 따른 결과물일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 측의 입장 변화에 대해 “이번 사고 처리 과정에서 한국을 자극하거나 북한을 두둔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중국은 현상황을 엄중하게 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남북양측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채 미측과 긴밀협의하며 진상규명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에 대해선 남·북·미를 동시에 겨냥한 복선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천안함사고 원인규명에 따른 대북 대응의 수위를 결정하는 핵심 열쇠는 중국이 쥐게 된 셈이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