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30돌>“인권존중·공동체정신 후세 전해야”

5·18민주화운동 이후 태어난 세대에게 5·18은 ‘빛바랜 역사’쯤으로 인식될 수 있다. 광주 신가중이 청소년들에게 5·18정신을 심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가중은 지난해말 광주시교육청이 공모한 ‘5·18연구학교’에 선정됐으며 5·18 관련 수업자료 및 체험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다.

연구 주무 역할을 맡은 양승현(여·36)교사는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5·18정신은 공동체정신과 인권존중 등 2가지로 요약된다”며 “인권존중 차원에서 폭력적인 말 않기,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말하기 습관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대다수 과목의 수업도 5·18 관련 내용을 녹여내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교가 오는 6월8일 실시할 예정인 각 과목별 ‘5·18연구수업’도 이런 취지로 준비되고 있다. 국어와 사회의 경우 시교육청이 올해 처음 배포한 교과서‘5·18민주화운동’을 교재로 수업할 예정이다. 영어 시간에는 5·18의 전개과정을 보도한 당시의 영자신문을 읽고 해석하게 된다.

미술 시간에는 10명씩 모둠을 편성한 뒤 ‘10일간 항쟁(1980년 5월18~27일)’상황을 날짜별로 그려보는 기회를 갖는다. 기술·가정시간에는 5·18 공동체정신의 상징인 주먹밥을 만들어본다.

과학시간에는 최루탄 성분을 분석하고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교육을 한다. 수학시간에는 5·18당시 사망자, 부상자 등의 통계를 내보게 된다. 음악시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서 당시 상황을 소개할 예정이다.

신가중은 앞서 지난 15일 5·18 체험 소설 ‘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살’을 펴낸 작가 박상률(52)씨를 초청, 강연회를 열었다. 이 소설은 5·18때 세상을 떠난 대학 1학년 청년과 그 청년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의 이야기로, 5·18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를 위해 쓰여졌다.

박씨는 이날 “5·18을 아주 우연히 맞딱뜨렸던 것처럼 우리는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의정(여·1학년)양은 소감문에 “하루하루 충실하게 생활해야겠다”고 썼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학생·학부모들로부터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박씨는 “5·18과 같은 상황이 재연돼 당신의 아들이 항거에 동참한다면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아들이 걱정되겠지만 자식을 잘못 키우지 않았다는 생각을 할 것 같으며 나도 동참하겠다”고 답했다.

광주 = 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