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새겨진 세계와 한국>6·25전쟁 직후 문맹퇴치 사업 본격화… 1960 ~ 70년대 식생활·가족계획 운동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5·16군사정변 직후인 1962년 대학생의 문맹퇴치 활동을 담은 사진. 국가기록원 제공

1954년 문교부가 만든 ‘문맹국민 완전퇴치 계획’과 이듬해 정부가 발표한 ‘제2차 문맹퇴치 담화문’, 1957년 문교부가 발간한 공민학교 성인용 읽기 책인 ‘국문독본’, 1960년대 식단 간소화 포스터 및 결핵 예방전단 등등. 1950~1960년대 우리 사회문화를 살필 수 있는 다양한 포스터와 문서, 책자 등의 자료가 대한민국기록관 내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 및 ‘아카이브 세계관’ 코너에서 선보이고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고도경제성장을 이룬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근대화를 흔히 산업화 또는 경제발전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근대화는 이른바 전근대사회와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작동방식을 가진 사회로 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허은 고려대 교수에 따르면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근대화는 생활양식이 크게 바뀌는 과정이자 이 속에서 새로운 인간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가 주도의 근대화가 추진된 곳에서는 생활양식과 개개인의 생활규범을 새롭게 제시하고 규율하고자 하는 관제운동이 대대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전개됐다. 5·16 군사정권은 군대까지 동원해 재건국민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것을 시작으로 1960~1970년대 가정의례, 식생활, 주거생활, 보건위생, 가족계획 등에 대한 관념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국가가 새로운 국민을 형성하기 위해 역점을 기울였던 사업은 ‘문맹퇴치’였다. 1945년 8·15 직후 문맹자수는 12세 이상 인구 1020만여명 중 약 78%에 달하는 798만여명이었다. 허 교수는 “800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문맹률은 일제 식민정책과 식민지 근대화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문맹퇴치 노력은 미군정 하에서부터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사업은 6·25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4년부터 펼쳐졌다. 문교부 주관 아래 1954년부터 58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문맹퇴치 교육이 실시됐는데 당시 문맹퇴치는 공민학교 성인반이 전담했다. 그 결과 통계자료에 따르면 1945년 80%에 육박했던 12세 이상 문맹률은 1958년 4%대로 현저히 낮아졌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시리즈 관련 전문연구자 자료 분석 원문

■ 문맹퇴치와 계몽

허은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우리들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단기간에 고도경제성장을 성취한 국가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근대화를 곧 산업화 또는 경제발전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근대화는 이른바 전근대사회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작동방식을 가진 사회로 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제발전은 근대화의 필요조건일수 있으나 근대화를 구성하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사회문화적인 측면을 주목할 때 근대화 과정은 생활양식이 크게 바뀌는 과정이자 이속에서 새로운 인간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가주도의 근대화가 추진된 곳에서는 생활양식과 개개인들의 생활규범을 새롭게 제시하고 규율하고자하는 관제운동이 대대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 5·16군사정권은 재건국민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며 농촌마을의 일상생활의 개선까지 규제해 나갔다. 이 시기 군정당국은 군대까지 동원하여 재건교육을 전개하며, 공동체 생활규범을 새롭게 가르치고자 했다.(사진자료 재건교육수료증) 이후 1960, 70년대 국가는 가정의례, 식생활, 주거생활, 보건위생, 가족계획 등에 대한 관념을 바꾸고자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했다.(포스터 “식단 간소화는 식생활의 유신이다”, “번쩍이는 호화의식 우리살림 좀먹는다”)

국가가 새로운 국민을 형성하기 위해 역점을 기울였던 사업이 ‘문맹퇴치’였다. 문맹에서 벗어나야 계몽교육을 받아 새로운 국민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1945년 8·15직후 문맹자수는 12세 이상 인구 1천 20십 만여 명중 약 78%에 달하는 7백 98만 여명이었다. 8백만 명에 달하는 이러한 엄청난 문맹률은 일제 식민정책과 식민지 근대화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이었다.

국가의 입장에서 볼 때 민주주의든 경제발전이든 그 어느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라도 문맹을 퇴치해야만 했다. 문맹퇴치 노력은 미군정하에서부터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사업은 전후 1954년부터 전개되었다. 1954년부터 58년까지 문교부 주관 아래 5개년 문맹퇴치교육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었다. 이 시기 문맹퇴치는 공민학교 성인반이 전담했다.(사진자료 “국문독본”) 그 결과 1945년 80%에 육박했던 12세 이상 문맹률은 통계에 따르면 1958년에 4%대로 현저히 낮아졌다. 하지만 문맹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5·16군사정권도 재건국민운동본부 주관 하에 문맹퇴치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했기 때문이다.(사진자료 “재건독본”)

‘계몽’은 근대적 인간이 형성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그러나 좋은 약도 과하면 독이 되고, 잘못 조제된 약이라면 문제는 더 커진다. ‘계몽’의 과잉은 독재권력의 유용한 지배수단으로 활용되어왔다. 군부독재시절 ‘사회정화’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삼청교육대’의 실상을 보며 우리는 계몽보다 대중의 생활과 문화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