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국민의 선택’ 이후>여소야대 지방정부 ‘살얼음 동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세훈(왼쪽) 서울시장 당선자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의동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만나 악수 하고 있다. 김선규기자

‘6·2지방선거’ 이후 서울을 포함해 경기, 강원, 충남 등에서 자치단체장 소속 정당과 광역의회 제1당이 다른 ‘여소야대’ 상황이 만들어졌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도 민주당 출신 무소속이기 때문에, 경남 역시 여소야대 지자체로 분류할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지방정치 역학구도가 생겨남에 따라, 의회가 행정권력을 견제하는 민주적 시스템 작동의 계기가 만들어질지, 아니면 의회권력과 행정권력이 정면충돌하는 대립 일변도 정치가 지방으로까지 번지는 부작용을 낳게 될지 주목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신승을 거두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최초로 야당이 장악하게 됐다. 시의회 민주당 대 한나라당 의석 비율은 79대27이 됐다. 4년전 선거 때 한나라당 102명 대 민주당 4명이란 압승을 거뒀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것. 이에 따라 오 시장이 ‘트레이드 마크’처럼 추진했던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등은 의회에서 강한 저항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올해처럼 디자인 서울에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사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김 지사는 오 시장과 달리 야권 후보를 넉넉하게 따돌리며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도의회 구성을 보면 미래를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경기도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전체 124석 중 76석을 차지했다. 민주노동당 1석, 국민참여당 2석, 진보신당 1석까지 하면 80석(65%)가 야당이다. 한나라당 도의원은 42명에 불과하다. 4년전에는 한나라당이 지역구 도의원을 싹쓸이하고 비례대표에서도 11석 중 7석을 차지했다.

야당 성향 지자체장이 탄생한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예상된다. 강원지사에는 이광재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지역구 도의원 분포는 민주당 11석, 한나라당 20석, 무소속 6석으로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거의 2배다. 충남지사 역시 안희정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으나, 지역구 도의원 구성은 민주당 10명, 자유선진당 20명, 한나라당 6명이다. 세종시 이슈를 제외하고는 선진당과 공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두관 무소속 후보가 승리한 경남의 경우도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지역구 도의원 당선자를 다 합쳐봐야 한나라당(35명)의 4분의 1 수준인 9명에 불과하다.

이같은 상황은 지방자치 발전에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의 경우 일반 시민들에게 큰 공감을 얻지 못했음이 이번 선거를 통해 어느정도 입증됐다. 앞으로는 지방의회의 견제를 받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기는 힘들어지기 때문에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할 수 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