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은 1억성금 ‘나라사랑’… 좌파단체는 유엔서 ‘나라망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천안함 희생자 유족성금 중 1억원을 방위성금으로 기탁한 윤청자(67)씨를 위로하며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윤청자 할머니 “안보위해 써달라” 내놔

“대통령님, 제가 내는 돈 1억원은 비록 적은 돈이지만 우리 영해와 영토를 한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자들을 응징하는 데 사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참여연대의 유엔 안보리 서한 파문으로 온 사회가 들끓었던 14일 낮 청와대. 천안함 46용사 중 1명이자 34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67)씨는 청와대에서 이뤄진 유공자 초청 오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성금 1억원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4월29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2함대사령부 안보공원에서 열린 천안함 46용사 영결식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를 향해 “왜 북한에 퍼주느냐”고 항의해 화제가 됐던 윤씨는 이날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통해 “정치 하시는 분들 제발 안보만큼은 하나되고 한 목소리 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성금을 전달했다.

인터넷도 컴퓨터도 없는 충남 부여군 은산면 한 시골집에서 평생 가족과 땅만 보며 농사를 짓고 살아왔다는 윤씨는 넉넉지 못한 형편이지만 천안함 국민 성금 중 일부인 1억원 수표(농협중앙회 발행)를 내놓았다. 윤씨의 가족은 “막내의 죽음에 애통해하던 어머니께서 국민들의 성원에 비하면 너무 약소하고 미안해 외부에 알릴 사안이 못돼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신다”고 전했다.

막내아들인 민 상사 외에 3형제를 둔 윤씨는 ‘자식 새끼 하나 지키지 못한 죄많은 어미’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을 통해 “국민들의 애도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하지만 이것저것 생각하면 할수록 분통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밝혔다. 윤씨는 이어 “이런 일이 또 다시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고 당을 위한 안보를 말하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안보를 부탁합니다”라고 호소했다. 어머니 손씨는 막내에 대한 정이 각별해 아들의 사망소식을 접한 뒤 식음을 전폐하고 애통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천안함 46용사 영결식때 강기갑 대표를 향해 “쟤들이 왜 죽었습니까. 이북 ×들이 죽였어요. (북한에 돈) 주면 무기만 만들어서 우리 국민 더 죽으라고 이거(대북지원) 주장하십니까. 이북 주란 말 좀 그만하세요. 피가 끓어요”라고 울부짖어 주위를 숙연케 하기도 했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


참여연대, 안보리에 ‘조사 의혹’ 서한

참여연대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서한 발송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지만 참여연대측은 여전히 국익이나 국가의 위상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잘못한 게 없다”는 태도를 내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서한 발송 건이 천안함 문제를 다루는 안보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돌발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네티즌이 참여연대의 행태에 동조하고 나서 문제가 되고 있다.

15일 참여연대의 안보리 서한 파문은 확산일로로 가는 형국이다. 각국의 안보리 관계자들을 “대한민국 시민단체가 정부의 노력을 방해한 것 아니냐”며 황당함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은 즉각 안보리 의장국에 천안함 사건에 대해 설명회를 갖겠다고 요청했고 이는 성사됐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천안함 도발에 대해 국제적인 제재를 가하려던 정부의 노력에 한국의 시민단체가 재를 뿌린 것으로 해석했다. 천안함 사건 관련 행동은 내부적으로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참여연대측은 “우리나라 대표 시민단체가 정부 입장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유엔에 보내는 것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며 여전히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네티즌이 사실관계 확인 없이 맹목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수단체들이 ‘이적행위’ 혹은 ‘반국가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고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형국이다. 실제로 보수단체인 라이트코리아와 6·25남침피해유족회, 고엽제전우회 등은 15일 대검찰청에 참여연대의 천안함 서한 발송이 반국가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일단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입건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안함 사건 유족들도 참여연대를 항의방문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천안함 희생장병인 고 서승훈 중사의 아버지 서천석(47)씨는 “참여연대에서 군당국의 침몰원인 조사에 대한 근본적인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면 결국 북한의 대변인 노릇을 해주고 있는 꼴이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용권·현일훈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