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60주년 기획 老兵은 말한다>“제대로 참전용사 대접받는 게 소원”

“우리 늙은이들이 진정한 군인으로 인정받는 것이 여생의 소원입니다.”

6·25참전소년지원병중앙회가 지난 17일 개최한 소년병 위령제를 통해 생존 소년병들의 열악한 처지와 이들에 대한 사회적 대우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들은 순국 소년병들의 넋을 기릴 만한 현충시설조차 없어 해마다 임시 제단을 마련해 위령제를 봉행하고 있었다. 1998년 7월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제1회 위령제를 개최한 데 이어 2005년까지 매년 개최지를 바꾸다 2006년부터는 대구 낙동강승전기념관 대강당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위령제도 정부가 아닌 중앙회 차원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다. 생존 소년병들은 지난 1996년 9월 중앙회를 설립하고 대구 중구 동인1가동 건물 3층에 중앙회 사무실을 개소했다. 현재 중앙회에 등록한 1200여명의 회원 가운데 120명이 연간 5만원씩 낸 회비와 일부 소년병의 자발적 찬조로 보증금 1500만원에 월 20만원인 사무실 운영비와 매년 개최하는 위령제 비용 등을 겨우 충당하고 있다.

이날 위령제에는 김양 보훈처장, 한민구 육군참모총장, 이철휘 육군 제2작전사령관, 유승민 국회의원, 김창섭 대구시 재향군인회장 등 6명의 조화가 놓여 있었지만 정부 대표로는 대구지방 보훈청 소속 모 과장만 참석했다

생존 소년병들은 이와 관련, “정부가 소년병의 실체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위령제에는 아직까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사과, 배, 떡 등만 놓인 조촐한 임시 제단에 위패를 모시고 1시간여 동안 위령제를 지냈다. 위령제가 끝난 뒤에는 대강당과 난간, 계단 등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웠다.

윤한수 6·25참전소년지원병중앙회 부회장 겸 사무총장은 “역사의 뒤안길에 있는 전우의 값진 피를 각인시키지 못하고 위령제도 제대로 봉행하지 못해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박태승 회장도 “6·25전쟁 당시 도망 다니면서 병역을 기피한 청·장년층이 부지기수였지만 소년병들은 어린 나이에 소금국과 주먹밥으로 허기를 채워 가며 적과 맞서 싸웠다”면서 “정부로부터 대접받고 먼저 숨진 동료들의 넋도 제대로 기릴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생존 소년병 모두 건강하게 살아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 = 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