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세계는 지금 ‘희귀금속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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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석유전쟁이었다면 21세기는 희귀금속(rare metals) 전쟁이다.”

세계 각국이 희귀금속 확보를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휴대전화, 컴퓨터 등 전자제품과 친환경설비의 핵심 재료로 쓰이는 희귀금속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데 비해 생산지와 생산량은 한정돼 있다 보니 이를 둘러싼 경쟁과 갈등이 폭발세를 나타내고 있다. 첨단기술산업계는 물론 한 국가 경제의 미래가 희귀금속의 확보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일부 자원국가에 대해서는 ‘희귀금속 무기화’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왜 희귀금속인가 = 금속류는 크게 기본금속, 귀금속, 희귀금속으로 나뉜다. 기본금속은 철, 구리 등이며 귀금속에는 금, 은, 백금 등이 속한다. 희귀금속은 생산량이 적고 생산지가 한정돼 있는 것으로, 휴대전화 등 가전제품의 필수재료인 콜탄(탄탈룸), 전지의 원료인 리튬,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등 50여종이 속한다. 중국이 전세계 생산량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는 희토류의 경우, 총 17원소가 포함되며 대부분 은백색 또는 회색을 띠고 있다.

희귀금속들은 과거엔 용도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21세기에 들어와 폭증하는 수요로 인해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치솟고 있다.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향후 20년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발광다이오드(LED)와 평면스크린 제조에 들어가는 갈륨의 경우 2030년쯤 현재 수요의 6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고, 자기(磁氣)기술에 사용되는 네오디뮴 경우엔 4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희귀금속전문업체인 아발론레어메탈에 따르면,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각종 설비에 평균 약 30㎏의 희귀금속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 금속이 정말 ‘희귀’한가를 둘러싸고는 논란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용도가 적었던 탓에 광산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생산량이 부진했을 뿐 매장량 자체가 적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베네수엘라에서는 대규모 콜탄 매장지가 발견됐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초대형 리튬광산 등 약 1조달러 규모의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이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이 최근 보고서에서 희귀금속 50여종 중 14종을 ‘조달 위험(critical)‘ 상태로 분류한 데서 볼 수 있듯이, 급증하는 수요량에 비해 공급량은 크게 부족한 상태다.

◆ 중국과 미국의 갈등 =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최근 펴낸 ‘무기 공급 사슬에서의 희토류 원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이 희토류 획득의 어려움으로 무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 상황이 전략적으로도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GAO 보고서는 “1980년대 중반까지는 미국이 희토류 시장을 주도했으나 이후 중국이 낮은 단가에 희토류 공급 시장을 장악한 뒤 최근에는 수출량을 줄이면서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미국과 EU는 중국을 희토류 불공정거래 혐의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상태다. 아프간에서 발견된 광산개발을 놓고도 미국과 중국은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와의 경제협력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것도 희귀금속자원 선점용으로 분석된다.

일부 자원보유국은 석유 비축에 이어 희귀금속 비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시장에서는 지금 당장 팔라고 아우성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국의 미래세대를 위해 최소 수십년간 그대로 묻어 두고 있는 것이다.

◆ 바닷속까지 경쟁터로 = 희귀금속 찾기 경쟁은 땅속뿐만 아니라 바닷속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일본. 종합해양정책본부는 최근 해저자원에너지 확보전략을 확정하고, 동중국해와 태평양의 해저열수광상(海底熱水鑛床) 34만㎢ 해역을 샅샅이 뒤질 계획이다. 태평양 지역은 2015년까지, 그 외 지역은 2020년까지 탐사해 10년 안에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전자제품 재활용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도심 광산 프로젝트’다. 휴대전화 등 쓰다 버린 전자제품에서 희귀금속을 뽑아내 재활용하는 것. 한국도 뒤늦었지만 희귀금속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포스코차이나와 공동으로 최근 중국 포두영신희토유한공사(영신희토) 지분 60%를 인수, 경영권을 확보했다. 광물공사는 지난 2003년에도 한·중 합작으로 연마제용 희토류 가공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영신희토는 희토원석에서 영구자석에 쓰이는 네오디뮴을 가공해 판매하는 업체로 최근 생산라인을 확장하다 자금난을 겪게 되자 광물공사와 포스코가 전격 인수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