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지구 해제 ‘후폭풍’>“국제허브 말 믿고 비싸게 입주했더니 웬 뒤통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6일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포클레인이 터파기 공사를 하고 있다. 인천 = 곽성호기자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지정 해제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청라지구 아파트 입주자들과 입주예정자들은 크게 술렁이고 있었다. 이들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인천시의 최근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설 재검토 조치에 이은 정부의 경제자유구역 지정 해제 검토 방침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6일 청라지구 16블록 H아파트. 이 아파트는 청라지구에서 처음으로 7월31일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전체 174가구 중 30여가구만 입주한 탓인지 자못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단지내 어린이놀이터에서 어렵게 만난 주민 이모(여·35)씨는 “정부의 경제자유구역 지정 해제 검토 소식에 밤잠을 설쳤다”며 “국제허브와 국제학교가 들어선다는 말만 믿고 다른 지역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돈을 주고 분양받았는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청라지구 내 호수공원과 금융허브 조성 예정지 사이에 위치한 J아파트 건설현장. 입주 예정자인 김모(42·인천 남동구 구월동)씨 가족이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10층 높이로 올라가고 있는 아파트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김씨는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 때문에 지난해 10월 4억3000만원을 주고 1층 120㎡짜리를 분양받았지만 가격 하락과 은행 융자 상환 압박으로 계약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중앙호수공원의 동서 양측에는 고층 아파트 단지가 대규모로 조성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일대는 온통 회색을 띠고 있었으며 트럭들이 쉴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호수공원의 서쪽과 북서쪽에 위치한 국제업무단지 예정지, 77층짜리 월드트레이드센터, 농업복합단지 건립 예정지 등은 거의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일대에 대한 현장 점검차 나온 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되면 서울대·KAIST BIT(Bio-Information Technology) 포트 프로젝트, 홀리랜드 엔터테인먼트 위락단지 조성 등 청라지구를 국제적인 첨단산업과 위락단지로 만들기 위해 기존에 협약을 체결한 사업들도 모두 물거품이 된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에 제공되는 법인세 5~7년 감면 등 각종 혜택이 없어지므로 외국투자자들이 더이상 청라지구를 돌보지 않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이대로 가다가는 청라지구가 베드타운으로 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청라지구의 동쪽 중봉로 북쪽 지역에 모여 있는 몇몇 부동산중개사무소에는 직원들이 청라지구의 아파트 가격 동향과 향후 전망을 묻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H공인중개사 사무소 직원은 “한때 분양가가 3.3㎡당 1300만원까지 나가던 아파트의 시세가 지금은 1000만원 밑으로 떨어지고 아예 거래도 안 되고 있다”며 “역으로 생각하면 지금이 급매물을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귀띔했다.

인천 = 이상원기자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