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쉬’ 7년 만에 돌아온 그들… 한층 원숙해진 사운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7년 만의 신보 ‘더 패러건 오브 애니멀스’로 돌아온 크래쉬 멤버들. 왼쪽부터 하재용(기타), 정용욱(드럼), 안흥찬(보컬·베이스), 윤두병(기타). 크래쉬 제공

30대 이상이라면 지난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교실 이데아’에서 폭발적인 사운드를 들려줬던 이 밴드를 기억할 것이다. 범위를 좁혀 30대 이상의 ‘록 팬’들이라면 이 밴드의 의미는 그 이상이다. 1994년 1집 ‘엔드리스 서플라이 오브 페인(Endless Supply Of Pain)’ 앨범을 발표하며 대한민국에도 스래시메탈(Thrash Metal·금속성 사운드에 멜로디를 파괴한 록음악) 밴드가 존재할 수 있음을 알린 이들, 바로 ‘크래쉬’다. 크래쉬가 정규 앨범 ‘더 패러건 오브 애니멀스(The Paragon Of Animals)’로 돌아왔다. 지난 2003년 5집 이후 무려 7년 만의 앨범. 지난 9일 저녁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연습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운 기타리스트 하재용을 제외한 3명의 멤버가 모였다.

“이번 앨범은 정말 힘들었어요. 전에는 회사에서 녹음부터 전반적인 것을 도와줬지만 이번에는 우리끼리 다해야 했으니까요. 7년 만의 앨범은 ‘감회’라는 말로 모자라요. 옛날 생각이 많이 났어요. 초창기 라인업으로 돌아간 것도 그렇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낸 앨범입니다.”(베이스·보컬 안흥찬)

“주위 사람들에게서 앨범 언제 나오느냐는 말 안 들어도 되니까 그게 좋아요. 하하하. 두병이 형(기타리스트 윤두병)이 돌아와서 새로운 작업방식으로 한 것도 좋았습니다. 좀 더 능동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드럼 정용욱)

팬들에게 7년의 기다림은 쉽지 않았다. 5집 앨범의 실망감도 컸다. 새 앨범은 초창기의 폭발적인 스래시메탈 사운드에 원숙미를 더했다. 멜로디가 강화됐고 그루브(groove·흥)가 살아났다. 멤버들은 1, 2집 이후 밴드를 떠났다가 돌아온 기타리스트 윤두병의 공으로 돌렸다.

“흥찬이 형이나 저는 (사운드를) 강하게 배열하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두병이 형은 능구렁이처럼 스물스물, 느낌을 살리는 것을 잘 해요. 무조건 달리는 것 대신 완급을 조절하는 방식을 택한 거죠.”(정용욱)

“제가 외도(밴드를 떠나 있는)하는 동안 새로운 느낌을 가져온 거죠. 네 명의 색깔이 잘 어우러진 결과물입니다.”(윤두병)

새 앨범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폭발적인 사운드의 첫 번째 트랙 ‘크래쉬 데이(Crash Day)’부터 변주와 합주의 묘미가 매력적인 ‘루이네이션 이펙트(Ruination Effect)’, 엇박자로 그루브감을 살린 ‘리볼버(Revolver)’와 밴드의 팀워크가 돋보이는 ‘콜드 블러디드(Cold Blooded)’, 완성도 높은 연주곡 ‘더 뉴 블랙(The New Black)’ 등 11개의 신곡이 실렸다.

지난 1일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인 신곡 무대는 뜨거웠다. 팬들의 반응에 멤버들도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음악적인 부분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신해요. 멤버 각자의 역량이 더해지고 17년 밴드의 노하우가 쌓인 거죠.”(윤두병)

앨범에 실린 전 곡은 영어 가사로 실렸다. 1집 때부터 ‘해외 시장에서 통할 한국 록밴드 1순위’로 꼽혔던 그들인 만큼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튠즈를 통해서 이달 말 앨범을 발매합니다. 해외 진출은 늘 생각이 있었죠. 처음에는 군 문제로 어려웠고, 나중에는 계약 문제로 앨범을 내지 못하면서 또 한번 좌절했습니다. 요즘 일본에서 장기투어를 하거나 미국, 유럽에서 공연하는 친구(밴드)들이 많아요. 저희도 기회가 되면 짐 싸갖고 나가볼 생각입니다.”(안흥찬)

음반시장의 몰락과 록음악의 쇠락. 계약 문제 등 어려움을 겪었던 크래쉬는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멤버들은 정말 음악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다면 만족한다고 했다.

“음악에만 전념했더라면 정말 절실하게 음악을 하지 못했을 거 같아요. 고생하면서 음악이 가장 쉬운 거란 사실을 깨달았죠. 앞으로 더욱 완숙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안흥찬)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