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후폭풍’>靑 “지켜보자”… 여론 향배에 촉각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는 청와대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정중동(靜中動)’이다. 겉으로는 국회의 결정을 차분히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국민의 정서와 여론을 감지하기 위해 촉수를 곤두세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오전까지 이번 인사청문회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밤늦게까지 경제 관련 참모들로부터 내년 예산안을 비롯한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청문회 상황과 관련해서는 아직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현재까지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국회의 경과보고서 채택을 차분하게 지켜보자”는 것이지만 대체적인 기류는 ‘전원 임명’에 기울어 있다.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상황에서도 아직 여론을 크게 움직일 만한 ‘결정타’가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참여정부에서 장관급 인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청문회를 거친 후보자가 낙마한 사례가 거의 없었던 것도 한 이유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서도 일부 후보자의 낙마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탈세, 말 바꾸기, 스폰서 등 온갖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밀어붙이기’에 나설 경우 자칫 여론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후반기 역점 과제로 내세운 친서민과 공정사회 실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야당에서 거세게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고민의 중심에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는 청문회를 주시하면서도 이에 대한 평가와 함께 여론 파악 작업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여당은 물론 야당의 의견도 상세히 청취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6일 오후에 참모진이 모여 인사청문회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라며 “청문회가 끝나고 국회에서 보고서가 나오면 청와대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