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세상보기>철면피가 출세한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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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찾은 서른의 성공 마흔의 지혜 / 김원중 지음 / 위즈덤하우스

서점에 자주 가는 분들은 잘 알 것입니다. 중국 고전들에서 발췌한 내용을 현대적 처세·경영술로 포장한 책들이 많다는 것을. 이런 책들 중 다수가 짜깁기의 기술을 발휘한 것들입니다.‘북리뷰’ 지면에 다룰 책을 선정할 때, 이런 유의 책에 대해선 말 그대로 ‘스킵 테크닉’을 구사합니다. 빠르게 훑어 넘기며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지요.

신간 ‘고전에서 찾은 서른의 성공 마흔의 지혜’는 스킵 테크닉이 통하지 않는 책이더군요. 우선 저자가 만만찮습니다. 대학교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라는 것 때문이 아닙니다. 사마천의 ‘사기’ 전체를 완역하는 데 도전하고 있는 그의 열정을 알고 있는 까닭입니다. 저자인 김원중 교수는 중국 고전들을 번역한 것뿐만 아니라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한 책들을 꾸준히 펴냈습니다. 고전 속의 인물군상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조명하는 그의 작업은 가위 발군입니다.

그가 이번에 펴낸 책은 제목에서 드러난 것처럼 한국의 중년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중국 고전을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한비자’에 나오는 ‘삼인성호(三人成虎)’의 고사는 주변의 여러 사람이 자신에 대해 나쁜 말을 하면 결국 그런 평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즉 가까이에 있는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 소홀히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지요.

이 책은 특별히 한국 사회의 지도자가 되고 싶어하는 30, 40대가 갖춰야 할 리더십에 대해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이 눈길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최근 고위 공직자 후보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저도 청문회를 지켜 본 대다수의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후보들마다 도덕적 흠결이 있다는 것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근대화를 속성으로 이뤄낸 우리 사회의 부패 지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지요. 다만 자라는 아이들이 높은 자리에 오르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얼굴을 보며 “철면피가 돼야 출세한다”는 교훈을 얻을까 봐 걱정입니다. 불법을 자행해서 제 잇속을 챙겼으면 고위 공직에 나서지 않는 게 기본이지만,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 책은 제나라의 한 추녀가 임금을 뵙기를 청해서 후궁이 되겠다고 자청, 결국 그 뜻을 이룬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얼굴이 두꺼운 ‘강안여자(强顔女子)’의 성공 사례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가 대통령 면담을 요청해서 만난 후 중앙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결국 낙점 받은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천하박색 강안여자가 왕의 여자가 된 것은, 제나라가 처한 위험과 왕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김 총리 후보의 경우는 어떠했는지 궁금하군요.

책은 곳곳에서 리더들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군자의 자질을 강조합니다. 한고조 유방의 친구로서 한나라 개국 공신이었던 소하처럼 남이 보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경계하고 수신에 힘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눈 앞의 이익보다는 먼 장래를 내다보는 안목도 중요합니다. 청문회에 등장한 일부 인물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앞으로 우리 사회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들이 꼭꼭 새겨뒀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높은 지혜는 시대를 뛰어넘어 통한다고 합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