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태세 총체적 개혁>‘천안함’서 뼈아픈 자성… 北 도발의지 원천봉쇄가 목적

정부가 3일 안보 태세와 군 시스템을 확 바꾸는 ‘근원적 처방전’을 내놓았다. 북한의 천안함 도발(3월26일)을 계기로 지난 5월13일 발족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의장 이상우)가 4개월여 가까이 작업한 결과물이다. 안보총괄회의가 이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처방전의 3대 핵심 내용은 군 전력 대폭 증강, 군 운영시스템의 효율화, 국방부의 문민화 본격 추진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첨단무기·장비로 군 현대화 작업을 가속화하고, 병력이 감축되지 않도록 재조정한다. 또 제각각 따로 노는 육·해·공군 간의 벽을 허물고 지휘체계를 단순화해 통합성을 강화하는 유기적인 3군 통합체제로의 개편이 모색된다. 이와 함께 국방부가 군 출신들로만 채워지면서 초래한 부처이기주의, 안보매너리즘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대폭적인 문민화가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안보총괄회의가 제시한 방향성을 토대로 국방선진화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세부정책을 가다듬은 뒤 12월초 확정,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4대 문제점 진단 = 이 같은 시스템 개혁의 방향 설정은 천안함 사태에서 얻은 뼈아픈 자성을 바탕으로 한다. 이상우 의장은 그동안 현장과 군 부대, 관련 연구기관을 방문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얻은 4대 문제점을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북한의 각종 도발 위협에 대한 준비태세 미흡이 1차적으로 지적됐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 위협과 국지도발 가능성이 꾸준히 증가해 왔는데도 심각성을 외면했다는 진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진보 정권 10년간 ‘전쟁은 없다’, ‘북의 군사적 위협도 심각하지 않다’는 전제로 국방정책을 추진한 오류”라고 말했다. 안보총괄회의는 또 국가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증가하는 점을 지적했다. 국방부가 천안함 사건 발생 뒤 우왕좌왕하면서 초래한 결과다. 이와 맞물려 사회 일각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맹목적 친북에 경도돼 남남갈등이 조장되는 현실도 문제점으로 진단했다. 또한 천안함 사태 이후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유동성이 증가하고, 동북아 질서에서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점이 지적됐다. 이와 함께 안보총괄회의는 ‘자군 중심주의’가 심각한 수준이고, 근본적 의식구조의 잘못이 국방력을 제고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 개선방향의 의미 = 국방부 문민화, 군 시스템 개선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군의 폐쇄적 구조에 대한 개선 없이는 국방개혁이 힘들다는 인식에 따라 추진된다. 향후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 간부들이 행정고시 출신이나 민간개방직으로 충원될 경우 멀리는 장관 등 고위직의 인적 자원을 양성할 수 있다. 정무직인 장관의 경우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언제든 가능하지만, 실제 능력을 갖추고 군의 신뢰도 받아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뤄져 왔던 과제다. 합동군사령부(가칭) 창설이 모색되는 이유는 현재 ‘대통령-국방장관-합참의장-각군 작전사령관’ 체제로 돼 있는 군령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육·해·공 각군의 참모총장은 군령 라인에서 제외돼 있어 문제로 지적돼 왔다. 군령 시스템 개선은 향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측면도 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