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6개월 ‘해군이 바뀐다’>‘미래·大洋 전략’서 ‘지금·눈앞의 敵’ 대비로 급선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양해군’ 용어 사용 중단으로 해군 군사 전력상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참수리호 승조원들이 적의 가상 공격에 대비해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 평택 = 김동훈기자 dhk@munhwa.com

해군이 천안함 침몰사건 발생 6개월 만에 ‘대양해군’이란 용어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미래전 대비보다 현실적인 대북한 억제 전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추상적인 슬로건에 치중하기보다 ‘눈앞의 적’에 대한 대비가 급선무라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950년 9월15일 눈앞의 적을 퇴치하기 위한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6·25전쟁을 승리하는 발판을 마련한 해군이 60년 후인 지금 ‘천안함 교훈’을 바탕으로 실추된 국민신뢰 회복에 성공하면서 해군 전력 및 전략에 있어서의 일대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대양해군’ 사용 중단 왜 =‘대양해군’, ‘첨단전력 건설’ 등은 해군에 큰 자부심을 안겨줬던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국민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하고, 이를 위한 전력 강화가 더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해군 관계자는 “독도함이나 세종대왕함 등을 통해 대양해군으로서의 면모를 갖춰 가고는 있으나, 국민들은 천안함 사태로 인해 ‘연안도 지키지 못하는 해군’이란 인식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추상적인 대양해군보다는 눈앞의 적에 대한 대비 태세가 중요하고, 대북한 억제 전력에 초점을 맞춰 환골탈태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의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최근 장성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해군이 새롭게 달라졌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결연한 각오로 장성들이 의식 개혁의 중심에 서 달라”고 주문했다.

◆ 미래전이 아닌 ‘눈 앞의 적’에 대비 = 해군의 ‘대양해군’ 용어 사용 중단 결정은 미래전에 초점을 맞췄던 전력 증강 방안의 수정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풀이돼 주목된다. 그동안 독도함이나 세종대왕함 같은 대형 함정 개발을 통해 세계적 해군의 위상과 지위를 갖춰 나가는 데 치중했으나, 앞으로는 북한의 현실적 위협에 대비한 전력 보강에 적극 나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장 무기 도입 등 관련 예산 집행에 있어서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해군은 차기 호위함이나 잠수함 도입 등 수조원대 전력증강 사업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

‘대양해군’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4월1일 안병태 당시 해군참모총장이 취임사를 통해 ‘대양해군 건설 준비’를 주창하면서 해군의 미래비전으로 등장했다. 이후 1999년 취임한 이수용 전 해군참모총장은 ‘21세기 대양해군 건설’을, 2001년 취임한 장정길 전 해군참모총장은 ‘대양해군 건설’을 천명해 해군의 미래비전을 표현하는 대표용어로 정착됐다. 해군은 연안 해군, 지역 해군, 대양 해군, 세계 해군 등 전개 규모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된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