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추석특집-2012 대권 열국지-여권>박근혜 독주 계속… 정몽준·김문수 ‘대항마’로 출격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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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대선까지는 대략 2년3개월이 남았지만 정치권은 벌써 대권을 향한 ‘잠룡(潛龍)’들의 움직임으로 부산하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홍준표·나경원 최고위원, 원희룡 사무총장과 이재오 특임장관이 자천, 타천의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내리고 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빅3’로 불리는 정세균 전 대표,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이 권력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10·3전당대회’의 결과에 따라 ‘486’주자의 가세가 점쳐진다.

박근혜, 親李-親朴 구도깨기 과제

정몽준, ‘무계파’가 한계이자 장점

이재오·김문수 연대땐 판도 급변

◆박근혜, 친이계 비토 잠재울까 = 박 전 한나라당 대표는 ‘부동의 1위’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지난 2년반 동안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8·8개각’이후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등장으로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지난 6일 머니투데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32%로 오세훈(8.1%), 김문수(7.0%), 손학규(5.5%), 유시민(5.4%) 등의 주자들에 비해 4~5배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박 전 대표가 유일하게 20~3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견고한 지지층에다 대중성까지 겸비한 장점을 2012년 여름정국까지 유지한다면 대권 고지 점령에 누구보다 유리한 여건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향후 2년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이다. 박 전 대표는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432표를 앞섰으나, 국민여론조사에서 2884표를 뒤지는 바람에 2452표차로 졌다. 전체 유효투표수의 1.5%포인트였다.

그가 고비를 넘기 위해선 친이(친이명박)계-친박(친박근혜)계의 대립구도를 깨면서 지지세를 확장하는 게 관건이다. 한 친박계의 의원은 “친이-친박의 구분법은 2007년 경선에 한정된 이야기”라면서 “이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지도 않는 상황에선 친이계들도 정권재창출이 가능한 대권주자로 수렴되는 기류가 형성되지 않겠느냐”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박 전 대표의 확장 의지보다 친이계 내부의 ‘교통정리’여부가 더 큰 변수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의 정치 스타일에 대한 양측의 시각에는 확연한 선이 그어져 있다. 친이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무위(無僞) 정치’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여태껏 여권의 국정 현안에 줄곧 반대입장 또는 소극적으로 대응해와 한나라당의 지지세력인 보수층, 특히 오피니언 리더층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자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유연성 부족’, ‘폐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친이계는 “소수파의 수장에 안주하게 만드는 치명적 요인”이라고 비판하지만, 친박계는 “‘원칙’을 강조하는 정치철학에 대한 오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정몽준, 친이계 단일후보의 꿈 = 정 전 대표는 6·2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물러나기 전까지 박 전 대표에 맞설 친이계 대권주자로 주목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6·2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홀로 지고 물러나면서 일단 정치 중심에서 ‘일보후퇴’한 상태다. 정 전 대표는 현재 서울 동작을 지역구 활동과 오는 12월2일 결정되는 2020년 월드컵 한국 유치를 위한 해외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본격 정치재개 시점은 내년 초가 될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그 때부터 정 전 대표가 ‘박근혜 대항마’로 친이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를 가리는 정치 게임이 시작되는 셈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정몽준식 정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우선 합리적인 성향에다 무계파성의 행보로 당내 지지세를 넓힐 수 있는 정치자산이 많다는 평가가 있다. 무소속으로 5선을 한 뒤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해 활동한 만큼 여권내 고질적인 친이-친박 계파싸움으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국제적인 감각과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통찰력도 강점이다. 반면 정국 이슈에 대응하는 돌파력과 대중과의 친화력을 높일 ‘무기’가 약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정 전 대표의 경우 2002년 대선때를 보면 수도권, 40대층, 중도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면서 “당내 대결 구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이런 점들이 정 전 대표의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오와 김문수, 따로 또 같이? = 이 특임장관과 김 경기도지사는 ‘호랑이 굴’에 들어와 대권을 노리는 ‘호랑이’로 성장한 동지 관계다. 이들은 1990년 민중당을 창당했지만 1992년 14대 총선에서 쓴맛을 봤다. 4년이 흐른 1996년 이들은 재야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 입당했고,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재야와 민중당, 신한국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수십 년을 함께한 두 사람이지만 오는 2012년 대선으로 가는 국면에서는 경쟁과 연대의 기로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장관은 최근 한 케이블 방송에 나와 대권 도전 여부와 관련, “아직 그런 생각은 없다”며 “지금은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는 데 제 전부를 바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이 장관의 광폭행보를 보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킹 메이커’에서 ‘킹’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친이계의 좌장이자 ‘정권 2인자’로 불리는 정치적 위상을 고려할 때 그의 선택에 따라 여권의 대선 구도는 급변할 수 있다.

김 지사도 지난 지방선거 이후 대권도전을 암시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2012년 대선을 위한 당내경선에 출마할 경우 도지사직을 중도에 사퇴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지만, “국민이 원할 경우 큰 문제가 되겠느냐”며 강행 분위기를 다지고 있다. 이 장관과 김 지사는 여의도에서 서로를 너무 잘 아는‘이심전심’의 정치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두 사람이 손을 잡아 ‘킹’과 ‘킹메이커’로 나설 경우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물론, 대권도 노릴 수 있는 필승카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승훈·김세동·신선종기자 oshun@munhwa.com
일러스트 = 이정학기자 luis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