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익명성에 기댄 ‘거짓’의 확대재생산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란이 경찰 수사 결과 발표로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건은 온라인 공간을 통해 사실과 다른 주장이 얼마나 확대재생산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거짓’의 확대재생산이 가능했던 이유를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과 한국사회에서 극도로 낮아지고 있는 ‘신뢰의 추락’에서 찾고 있다.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이번 사건이 확산된 과정은 익명 공간으로서 인터넷이 갖는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타진요’, ‘상진세’ 등 인터넷 카페들은 타블로에 대한 의혹을 끊임없이 생산해냈고 블로그 등 다른 인터넷 공간으로 논란을 증폭시켰다.

곽금주(심리학) 서울대 교수는 “처음에는 단순한 의혹이나 호기심을 가지고 인터넷에 올렸던 주장들에 대해서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익명의 댓글 등이 달리면서 사람들이 동조하게 되고 결국은 ‘사실’이라고 믿게 된 것”이라며 “내용을 공유한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날수록 더욱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한준(사회학) 연세대 교수는 “학위, 학력과 같은 것들이 위조되고 사칭되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공인된 것에 대해 쉽게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한국사회의 신뢰가 얼마나 낮아졌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광영(사회학) 중앙대 교수도 “청문회에서 공인들의 학력이 허위로 드러나는 등 공적인 사람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에 대해 불신이 쌓여있는 상태”라며 “공인에 대해서 갖는 여러가지 불신과 의심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적으로 표출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타블로 사건을 통해 인터넷 공간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채현식·윤정아기자 hscha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