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간판 아름다운 거리>오사카 “광고도 관광상품” 지역마다 특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오사카에서는 간판이 깔끔하게 정리된 나가호리 거리(왼쪽 사진)와 광고물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도톰보리 거리(오른쪽)의 대조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본 요코하마(橫濱)와 오사카(大阪)의 거리는 ‘선’과 ‘각’을 맞춘 간판들이 건물 벽에 도열하듯 배치돼 있어 절제미마저 느껴진다. 이들 도시는 조례와 시행령에 따라 옥외광고물 크기와 위치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또 주위 가로 환경과의 조화를 감안한 수준 높은 디자인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거리에서 획일성과 단조로움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일단 허가가 난 광고물의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데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유연성 있게 도시디자인 정책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1950년대부터 도시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했지만 타율보다 자율 규제를 유도하고 있다.

◆부착 위치까지 규정한 엄격한 규제 = 일본의 옥외광고물은 1949년 제정된 옥외광고물법의 범위 내에서 각 도시들이 자신들의 특성을 고려해 제정한 조례를 통해 규제된다. 요코하마는 광고물이 벽면의 30%를, 오사카는 3분의 1이 넘어서는 안된다. 또한 크기가 50㎡를 넘을 수 없는 돌출간판은 보도에서 2.5m 이상, 차도에서 4.5m 이상 상단에 위치해야 하며 간판 가장자리가 차도 1m 이상을 침범해서는 안된다. 벽보와 벽간판은 한 장의 면적이 1㎡ 이내로 제한된다. 또 동일한 것을 연달아 부착하거나 세우는 것이 금지돼 있다. 심지어 전주나 가로등에 벽보를 부착할 경우 차도가 아닌 보도 측에 붙여야 하며 노면으로부터 2.5m 이상 떨어질 것 등 방향과 위치까지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들 도시는 가로수, 공중전화부스, 소화전, 송전탑, 화재경보기 등에 광고물을 부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례나 규칙을 위반했을 경우 최고 50만엔의 벌금이 부과된다.

◆도시디자인 원칙에 따른 광고물 = 요코하마의 신도시인 미나토미라이21 지역은 세계적인 도시 재개발의 모델로 손꼽힌다. 이곳은 토지 소유자 등 개발 주체들이 합의한 ‘마치즈쿠리(주민참여운동) 기본협정’에 따라 도시 전체가 디자인됐으며 옥외광고물과 공공시설물 역시 기본협정에 따라 설치된다.

옥외광고물은 ▲건물, 택지, 거리 등 단위별 배치 ▲크기와 수, 색채의 선명도 최소화 ▲품격 높인 디자인 등 3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실제 미나토미라이21의 주요 간선도로에서는 고층건물의 빌딩 사인을 제외한 일반 상점의 간판과 광고물 등을 찾아보기 힘들다. 상점들이 지하층에 주로 배치돼 있는데다 1개 업소당 간판 면적이 25㎡로 제한돼 있고, 벽면 광고도 전체 벽면의 15%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가와테 고우타 요코하마 도시정비국 보좌역은 “미나토미라이21의 광고물은 가까이에서 볼 때는 거리에 활력을 창출해야 하고, 먼거리에서 보았을 때는 도시 전체의 색깔 및 주위경관과 어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도 옥외광고물의 조화와 통합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철모 행정안전부 지역녹색과장은 “시·군·구 단위에서 관리되던 광고물 행정을 시·도 단위로 한 단계 높여 광고물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난립광고도 ‘관광상품’= 오사카 미도스지와 나가호리 거리는 루이비통, 베르사체, 구찌, 아르마니, 페라가모 등 명품 상점들이 즐비하다. 가로에는 가로수와 함께 조각품이 설치돼 있어 조각공원에 온 느낌마저 든다. 오사카시는 미도스지와 나가호리 거리 지역을 ‘광고물 경관 형성지구’로 지정해 광고물의 색상과 의장, 주변경관과의 조화, 조명의 색도까지 세분화해 광고물 설치 여부를 결정한다.

반면 대표적인 상업지구인 도톰보리 거리는 벽면의 80%까지 광고를 허용하고, 규제도 거의 없다. 글로벌 유아용품 업체인 그라코의 네온사인 광고는 벽면을 가득 채운 채 밤거리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또 오사카의 명물인 게 요리 가게는 거대한 게모양 조형물을 가게 벽면에 부착해 놓고 있다. 이곳의 화려한 광고판은 오사카의 관광상품이다. 옥외광고물이 난립해 있는 구도심의 신세카이 거리도 최근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나카야마 고지 오사카 건설국 계장은 “오사카는 예부터 외국문물이 맨 처음 들어오는 창구 역할을 하는 도시”라며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특화정책을 통해 지역특색을 살려나가는 것이 오사카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요코하마·오사카 = 글·사진 유병권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