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아내, 생활고로 찻잔 팔기도… 지혜는 화술·발성 좋은 배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현경(오른쪽)씨가 1968년 딸 지혜가 태어난 후 아내 윤소정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오현경씨가 배우 일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연극 무대뿐만 아니라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탁월한 연기를 보여온 윤소정(66)씨가 아내다. 역시 배우이자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이름을 날려온 오지혜(42)씨가 딸이다.

오씨는 아내 윤씨를 1960년대 TBC 탤런트 선후배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이 살아온 환경이 아주 달랐어요. 저는 소위 몰락한 지주의 아들이었고, 이 사람은 유명한 영화 감독(윤봉춘)의 딸이었어요. 사귈 때 이 사람 집에 가봤는데, 집에 담이 없었어요. 영화 단역 하는 분들이 아침부터 밥을 먹고 있는데, 식구인 줄 알 정도로 자연스러워 보였어요. 그런 집에서 자란 사람이니 사고방식이 자유분방했지요. 그런 점에 이끌려 만났는데, 어느 날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언니가 시집을 안 가서 자신도 준비가 안 됐다는 거였지요.”

그렇게 결별을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오씨를 평소 그토록 귀애하던 조부가 돌아가시는 일이 생겼다. 윤씨는 “헤어지자마자 바로 그런 일이 생겨서 미안하다”며 문상을 왔다. 오씨는 상을 치른 후 감사 인사를 핑계로 윤씨를 다시 만났고, 두 사람은 이를 계기로 평생의 반려이자 동지로 살게 된 것.

“1980년대에 내가 방송이 없어서 집안이 어려울 때 아내가 나 몰래 은찻잔세트를 팔러 다닌 적도 있다고 해요. ‘소정 옷집’이라고 양장점을 한 적도 있지요.”

부부가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무대를 떠나지 않은 것은 배우로서의 자존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오씨는 배우 동지로 함께 살아온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부모가 연극을 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지켜본 딸 지혜씨도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후에 자연스럽게 연기자가 됐다.

“지혜는 화술, 발성이 다 좋은 배우예요. 다만 성격상 무대에서도 남의 연기를 뒷받침하려고 애쓰니 여유가 없어 보이는 게 흠이에요. 하긴 저도 40대까지는 그렇게 보였을 거예요. 이젠 무대에서 턱 놓고 관객에게 편안하게 안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요.”

▲1936년 서울생 ▲서울고, 연세대 국문학과 졸업 ▲연극 ‘허생전’ ‘맹진사댁 경사’ ‘동천홍’ ‘봄날’ ‘드레서’ ‘막차 탄 동기동창’ ‘휘가로의 결혼’ ‘주인공’ ‘화니’ 등 ▲드라마 ‘내 멋에 산다’ ‘서울야곡’ ‘파도’ ‘TV 손자병법’ ‘신돈’ 등 ▲동아연극상 연기상(1966, 1985), 대한민국 연극제 연기상(1983, 1984, 2009), 서울연극제연기상(1991, 2008), KBS TV 연기대상 대상(1992)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