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도발 이후>“대응사격 80발 중 35발이 바다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전후로 벌어진 군과 정보당국의 총체적 부실 대응의 실태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공격계획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무신경’했고, 대응사격은 한발도 명중하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했으며, 이런 결과는 군과 정보당국의 ‘무능력’에서 비롯됐음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3무(無)’가 드러난 정보당국과 군에 대해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촉구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공격징후 알고도 무신경 =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 ‘지난 8월 감청을 통해 서해5도 공격계획을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그런 분석을 했다”고 답했다고 정보위원들이 밝혔다. 그러나 정보당국은 “해안포 부대 사격준비를 하라”는 당시 감청내용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북한이 상시적으로 위협적 언급을 했기 때문에 민간인 지역까지 포격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원 국정원장의 설명이다. “북한이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남쪽의 해상을 공격하지 않겠느냐고 판단했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3·26 천안함 침몰사건’ 때처럼 설마하다 당한 것이다. 당시에도 어뢰공격 직전 북한의 잠수정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도 대수롭지 않게 판단했다. 군은 북 연평도 포격 도발 이틀 전인 11월21일 북한군 4군단 예하 122㎜ 방사포 1개 대대를 황해도 강령군의 개머리 포 진지에 이동배치하고 사격 준비를 진행한 움직임을 포착하고도 사전대비를 하지 않았다.

◆ 보복 대응 무기력 = 전날 원 국정원장의 브리핑을 들은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일 “K-9 자주포 80발이 발사됐는데 위성사진으로 탄착점이 확인된 것은 45발이며 나머지 35발은 바다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탄착점이 확인된 45발 중 14발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북한 포는 언제인지 모르게 빠져나가 버렸고 한발도 명중하지 못했으며, 14발은 모두 주변 논과 밭에 떨어졌다”고 했다. 북한의 해안포에 비해 K-9 자주포의 성능이 월등히 우수하기 때문에 북한군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란 주장이 허구임이 드러났다. 대포병레이더가 고장난 상황에서 남쪽으로 향한 포신을 긴급히 북쪽으로 돌려 쏘다 보니 정확한 탄착지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 대북 정보 무능력 =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북한군의 동향이 전혀 파악되지 않은 데 대해 원 국정원장은 “사건 당일과 이후에 유선으로 작전을 수행했다. 유선은 감청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K-9 자주포 대응사격의 흔적을 군사용이 아닌 상업용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으로 보여준 데 대해 국회 정보위원들은 “우리 정보능력과 군의 대응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며 씁쓸해했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