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읽읍시다>화원이 들려주는 조선시대 이야기

★조선 화원의 하루(조정육 지음, 배현주 그림/문학동네) = 조선시대 왕들은 궁중의 화가인 화원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백성들의 삶을 접했다. 화원들은 왕과 왕비의 얼굴을 그리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여겼다. 그들은 평소 모내기하는 농부의 모습, 그네 타는 사람과 활 쏘는 사람들, 주막에서 국밥 먹는 장꾼과 용맹한 호랑이를 놀리는 까치까지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그렸다.

이 책은 화원의 하루 속으로 아이들을 초대한다. 화원들이 그린 그림을 감상하면서 당시 나라를 통치한 왕의 모습과 더불어 백성들의 생활과 문화를 생생히 구경할 수 있다. 화원이 아이들에게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야기 페이지와 정보 페이지가 번갈아가며 등장, 지식그림책의 역할을 한다.

★슬기의 왕자(신현득 글, 호랑 그림/현암사) = 50여년간 아이들을 위한 동시·동화작가로 활동해 온 저자의 내공이 돋보이는 역사동화. 세계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과 관련된 일화 중에서 사람들의 병을 고쳐준 인물인 대약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다시 꾸몄다.

미틸라성 동쪽 마을에서 한 아기가 태어났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면서 자신이 갖고 태어난 약병으로 병들어 고생하는 사람들을 고쳐달라고 부탁했다. 아기의 약병은 가족뿐 아니라, 이웃 사람과 마을 사람의 병을 고쳤다.

이 이야기는 부처님의 전생인 ‘본생경’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슬기’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고려시대 몽골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나라의 힘을 기울여서 이루어 놓은 ‘팔만대장경’에 담긴 이야기라는 것이 의미가 크다.

★파랑피(메리 E 피어슨 지음, 황소연 옮김/비룡소) = 교통사고를 당한 후 뇌의 10%로 온몸을 되살린 17세 소녀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공상과학소설. 혼수상태에 빠져 1년 반 만에 깨어난 제나. 역사나 책에 대한 내용은 줄줄 외우면서 정작 친한 친구들이나 소소한 생활 모습에 대한 것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제나는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 기록된 영상을 보며 기억을 되찾기 위해 애쓰지만, 엄마와 아빠는 지나치게 제나를 보호하려고 들고 할머니에게 이상스럽게 적대적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현대 의학 기술의 윤리 문제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미국에서 출간 당시 미 도서관협회가 뽑은 청소년 분야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라이카의 별(박병철 글, 최윤선 그림/킨더주니어) = 물리학자인 저자가 초등학생들을 위해 쓴 과학장편동화. 인간과 동물의 관계, 생명과 과학의 갈등이라는 주제를 ‘라이카’라는 특별한 개의 이야기를 통해 슬프고도 아름답게 풀어냈다.

미국과 구소련이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는 1950년대, 소련 항공의학연구소의 조련사 야코프는 유기견 수용소에서 작은 강아지를 데려와 ‘짖는 개’라는 뜻의 ‘라이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라이카는 야코프를 따르면서 고통스러운 훈련도 잘 참고 견뎌냈고, 그 결과 지구로 되돌아오지 못할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에 실리게 된다. 인류가 이루어 놓은 과학 발달 속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통받으며 죽어간 동물의 희생이 있었음을 애틋히 일깨워주는 책이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