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보복’ 나선 한맺힌 ‘검은 과부단’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 지난 24일 발생한 자살폭탄테러의 주범으로 여성이 유력시되면서 체첸의 여성자살폭탄테러단인 ‘검은 과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경찰당국은 생존자들의 증언과 주변 정황을 근거로, 사건 당일 30대 건장한 남성을 동반한 검은색 옷차림의 젊은 여성이 입국장 대합실의 카페에서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은 직후 가방이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은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경찰이 이번 사건의 용의자를 최소 3명으로 보고 있으며 2명은 현장에서 즉사하고 나머지 1명은 도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25일 전했다.

러시아어로 ‘샤히드카’로 불리기도 하는 ‘검은 과부’자폭테러단은 지난 2000년 이래 현재까지 러시아 안팎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의 약 절반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06년 사망한 체첸 반군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가 ‘리야드 우스 샬리힌 순교자단’의 일부분으로 여성조직을 만든 것이 시발점이 됐다.

2000년 6월 체첸 주둔 러시아군 기지 앞에서 카바 바라예바란 여성이 자폭테러를 저지른 것을 시작으로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건, 2003년 아크마드 카디로프 체첸대통령 살해기도 폭탄테러, 2004년 북오세티야 베슬란 학교 점거 및 인질사건, 도모데도보발 여객기 2대 동시납치 및 공중폭발, 2010년 3월 모스크바 지하철 테러 등 많은 사건에서 ‘검은 과부’ 조직원들이 참여했거나 자폭테러를 감행했다.

조직원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체첸 분리독립을 위해 러시아군과 싸우다 전사한 남편, 남자형제, 친척 등을 둔 여성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는 팔려오거나 납치된 여성이란 주장도 있다. 여성 자폭테러는 스리랑카, 이스라엘, 이라크 등에서도 발생한 적이 있다. 테러조직이 여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검문검색을 피해 목표물에 접근하기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25일 내각 간부회의에서 “복수는 불가피하다”며 배후조직 색출, 대테러전 강화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 내에서는 체첸 분리주의 테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푸틴의 강경한 북캅카스(체첸, 잉구세티야, 다게스탄 등이 포함된 러시아 서남부 지역)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