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설특집-피해농가 돕기 노력 확산>‘재난’때 마다 빛 발하는 ‘1사1촌’ 의 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팔성(왼쪽)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 1사1촌 결연마을인 충북 충주시 주덕읍 삼방마을에서 생산된 친환경 쌀 3300포대를 사회복지관에 전달하기 위해 나르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경북농협 직원들이 구제역 확산에 따른 축산물 소비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한우 시식회를 하고 있는 모습. 우리금융지주·농협 제공

“구제역과 폭설·한파로 시름에 빠진 농어촌을 도와 1사1촌 결연 취지를 살리겠습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1사1촌 결연기업들이 도시와 농촌의 상생이란 결연취지를 살려 농촌 결연마을을 돕기 위한 활동에 전방위로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이번 설에는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동시다발적인 창궐, 폭설·한파 등의 악재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배려하자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 주목된다. 이에 맞춰 결연마을 주민들이 정성을 다해 생산한 청정 농산물을 임직원과 거래업체, 고객 선물용으로 구입하거나 소외이웃과 복지시설을 돕는 데 활용하는 한편, 판로 보장을 위한 직거래 장터도 개설했다. 1사1촌의 참뜻을 되새기면서 설 명절을 다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의 장’으로 승화시키자는 의미다.

하나…피해지역에 생필품 보내고 방역초소 위문

◆ 구제역 시름 지역에 온정 행렬 = 경북 구미시 도개면 고아읍 외예리마을 외에 영천, 성주 등의 마을과 1사1촌 결연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전우헌 구미지원센터장과 백인호 한마음협의회 대표 등 사업장 직원들은 지난 17일 구미시 구제역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 중인 선산출장소와 선산 나들목 방역초소를 방문, 밤낮을 잊고 방역에 사투 중인 공무원들에게 힘을 실어 줬다.

전달한 물품은 전자레인지 23대와 컵라면 100상자, 호빵, 핫바, 즉석어묵 30상자 등 간식류.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구미지역 방역초소 공무원과 방역 활동자들에게 800만원 상당의 빵과 음료 등을 제공했다. 구미사업장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결연마을에서 생산한 특산물과 과일 등 44종의 물품을 대상으로 사내 특별판매를 해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2005년부터 충북 괴산군 장연면 조곡리 마을과 1사1촌 교류를 하고 있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도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사과, 배 등을 조곡리에서 주문해 설 선물로 배달해 줬다. 경북 안동발 구제역 확산 이후 가중되고 있는 지역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자는 취지다. 이와 함께 대상은 경기 양주시 광적면 비암리 마을 주민들에게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설 선물로 전달했다. 회사 관계자는 “설 명절 때는 마을 독거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했지만 이번 설에는 구제역 때문에 방문을 자제하는 게 좋다는 판단이 들어 선물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대한생명 대구지역본부 직원들도 지난해 말부터 안동지역 구제역 피해농가를 위로하고 생필품을 전달하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

둘…결연마을 특산물 대량 구매해 설 선물로

◆ 무공해 청정 농산물, 설 선물용 적격 = 1사1촌 결연마을에서 생산한 특산물을 구매해 판로와 소득을 동시에 보장해 주는 움직임도 활기를 띠고 있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 주남리와 결연 중인 우리투자증권은 마을에서 생산한 사과를 온라인 주문과 접수를 통해 고객선물용으로 배송했다. 품질, 가격 모두 손색이 없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게 직원들의 평가.

전남 영암 망호정마을과 교류해온 현대증권은 최고경영자(CEO)부터 임원, 직원의 선물용과 직원 영업활동에 필요한 선물을 망호정마을에서 구입한 배와 쌀로 마련했다. 대우인터내셔널도 경기 연천군 백학면 새둥지마을, 경남 고성군 하일면 참다래마을에서 쌀을 선물용으로 구매했다.

삼성물산은 설맞이 온라인 장터를 선보였다. 임직원들이 결연마을인 충북 진천군 백곡면에서 선물용으로 마을 특산품인 배, 배즙, 참기름, 들기름, 청국장, 흑미, 참숯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 삼성카드는 온라인을 통해 결연마을에서 생산한 곶감을 직원들에게 판매했다.

웅진코웨이는 1사1촌 결연을 하고 있는 충남 공주시 유구읍 만천리에서 우렁이 농법으로 만든 친환경 쌀 ‘유구미(유구읍 쌀의 브랜드 이름)’를 직원들이 인터넷으로 공동구매하는 한편, 회사 차원에서 설 선물로 유구미를 대량 구매하기도 했다.

공기업들도 마찬가지. 한국지역난방공사 직원들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결연마을의 특산품인 한라봉 140상자를 선물용으로 쓰기 위해 구입했다. 윤형민 공사 부장은 “신흥 2리는 2005년 결연 후 저탄소 녹색성장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동백나무 숲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지역의 하나이기도 한 충북 음성군 대소면 부윤리 지역의 특산물인 오색소면선물세트 2300만원 어치를 구입했다.

셋…구매한 특산품, 복지시설·독거노인에 전달도

◆ 소외계층 겨울나기에도 한 몫 톡톡 = 마을 특산품을 구매해 지역경제도 돕고, 이 특산품을 다시 도심의 복지시설,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에게 전달해 따뜻한 겨울나기를 도움으로써 1석2조의 효과를 거두는 곳도 눈에 띄게 늘었다.

2006년 강원 횡성군 공근면 삼배리 마을과 결연한 신한카드는 친환경쌀인 ‘삼배리 우렁이 쌀’을 구입해 서울 성북구 종암동 성북노인종합복지관 등에 전달했다. 신한카드는 이 마을과 결연 후 매월 350㎏의 쌀을 꾸준히 구입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친환경 쌀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 왔다.

우리금융지주도 결연마을의 쌀 등 생필품을 불우이웃에게 전달했다. 호텔신라는 지난 28일 서울 중구 관내 어려운 가정에 매월 지원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식료품과 생필품을 지원했다. 강원 춘천시 사북면 송암리 ‘춘천 솔바우 정보화 마을’에서 구매한 쌀과 농협에서 사들인 돼지고기, 김치, 생필품, 식료품 세트 등 푸짐한 설 선물이 외로운 명절을 보낼 뻔한 이들 가정의 시름을 덜어줬다.

전국 8180여개의 1사1촌 결연 기업을 대상으로 결연마을의 특산품을 설 선물로 활용해 달라는 캠페인을 전개한 사단법인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상임공동대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는 기업들의 십시일반의 관심과 애정이 구제역, 한파 등으로 평생 이룩한 터전이 흔들릴 수도 있는 농업인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평가했다. 박해상 운동본부 본부장은 “1사1촌 결연마을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축산물이 명절 선물로 폭넓게 쓰여 판로를 보장해 줌으로써 농업인들에게 큰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종·임대환·민병기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