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피의 금요일’ 전운>주판알 튕기다 실속없는 비판… 국제사회 뒷북제재

국제사회가 리비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너무 늦은 대응으로 유혈 사태를 사실상 방관했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실효적 제재 방안이 없고, 이권 덩어리인 리비아에 대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데다 자국민 보호까지 겹쳐 각국이 내용 없는 비판만 쏟아내는 동안 리비아에서는 최대 2000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리비아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면서 제재를 다짐하고 있지만,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막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고 AP 등은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 “모든 범위의 제재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밝힌 뒤 서둘러 프랑스, 영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에 나섰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포괄적인 제재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영국 총리실이 24일 밝혔다. 마크 멀린 미국 합참의장도 24일 리비아 상황을 종합해 최대한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옵션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2일 언론발표문을 통해 카다피의 강경 진압을 규탄한 데 이어 이번 주말 다시 회의를 열어 ‘비행금지구역 설정’등을 골자로 한 리비아 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다.

몰려가는 상황만 보면 국제사회가 급박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미 사태가 악화될 대로 된 뒤 나온 ‘뒷북’인데다 무성한 비판 목소리 속에서 실제 카다피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제까지 나온 조치 중에서 구체적인 제재는 스위스가 24일 카다피와 그 일가에 대한 스위스내 자산을 동결키로 한 것 정도에 그친다. 미국 역시 미국내 카다피 자산 동결, 리비아와의 통상금지 등 경제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리비아에 대한 영향력이 크지 않아 효과가 작을 것으로 보인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