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창 기자의 역사속으로>문화재 복원, ‘새것’으로 교체만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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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지난 2001년 3월8, 9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로켓포 등을 이용해 바미안 석불을 완전히 파괴한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주 힌두쿠시 산맥에 위치한 1500년 전 유적인 바미안 석불은 절벽의 한 면을 파서 만든 작품으로 그리스 조형미술의 영향을 받은 간다라 양식을 잘 보여주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었지요. 당나라 현장법사와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신라의 혜초 스님도 순례 길에 찾았던 높이 55m와 38m짜리 석불 2구가 폭파된 사건에 지구촌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최근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바미안 석불의 보수를 주장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를 복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하네요. 외신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아프간 정부에 자금 조달의 우선 순위와 진정성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재건 계획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구의 석불을 복원하는 데 800만~1200만달러의 비용이 드는 반면, 정작 재건에 사용될 수 있는 바미안 석불의 원부재는 절반 이하만 남아있는 게 문제가 됐지요.

프란시스코 반다린 유네스코 문화담당 사무총장보는 미국 뉴욕에서 “원부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떻게 복원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모조품이 될 수밖에 없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답니다. 그는 “일반 대중에 모조품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며 “바미안 석불이 파괴된 것도 하나의 ‘역사적 사실’”이라고 지적했지요. 바미안 계곡에는 6세기 만들어진 석불뿐만 아니라 서기 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각종 불교 미술과 동굴수도원 등이 분포해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2003년 이곳을 ‘바미안 계곡의 문화경관과 고고 유적지’란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 및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동시에 올려 보존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요. 앞으로는 석불 복원보다 넓은 범위의 바미안 계곡을 보존하는 데 우선 순위를 둘 것이라고 합니다. 바미안 석불 사례는 황룡사 9층 목탑 등의 복원이 거론되는 국내 실정에 시사하는 바가 많지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미륵사지석탑 해체조사보고서Ⅳ’를 보면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서석탑을 해체 직전의 무너진 형태 그대로인 6층 높이로 부분 복원할 경우, 새 부재가 적어도 25~30% 정도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네요. 그러나 석탑을 일각에서 거론되는 6층 높이로 전체복원하면 새 부재가 65~70% 정도 필요하다는 게 관련 전문가의 추정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복원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한국 문화재 복원사에서 최악의 사례로 거론되는 미륵사지 동석탑의 전철은 밟지 말아야 하겠지요. 지난 2월 방한한 무니르 부슈나키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 사무총장도 원래의 부재를 최대한 사용해 진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문화재 복원의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바미안 석불 사례가 우리 문화재 복원에서 하나의 전범이 되기를 기대해도 될까요.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