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향후 48시간이 최대 고비…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후쿠시마(福島) 원전사태의 최대 고비는 향후 48시간이다. 그러나 전망은 회의적이다.”

원전 선진국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핵안전 전담기구인 핵안정청(ANS) 산하 ‘방사능 보호 및 핵안전연구소(IRSN)’가 16일 성명에서 향후 48시간을 후쿠시마 원전 사태 해결 여부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시한’으로 제시하고, 제1원전의 4호기 사용후연료(폐연료)를 가장 심각한 상황으로 지목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IRSN의 폐기물 안전 책임자인 티에리 샤를은 이 성명에서 사태 수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란 입장을 나타내면서, “지난 13일 이후 시도됐던 모든 솔루션(해결방안)이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매우 심각한 위기상황이지만 일본인들이 방법을 찾아내기를 희망한다”고만 언급하면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IRNS는 4호기 상황에 대해 “사용후연료 수조가 말라버리면 결국 멜트다운(노심용해)으로 가게 되며, 이럴 경우 지금까지보다도 훨씬 많은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다”고 밝혔다. 유출될 방사성 물질의 최대 전망치에 대해 IRNS는 “체르노빌 때와 같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1원전 5, 6호기에 대해서도 “온도가 느리기는 하지만 점점 더 오르는 중”이라면서 “며칠내 수조의 물이 끓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5, 6호기에 대한 전기시설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앙드레 클로드 라코스트 ANS 청장은 16일 의회 경제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2호기와 4호기가 가장 우려스러운 상태”라고 보고했다. 그는 현재 위기단계에 대해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사태보다 심각하고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태보다는 낮은 6등급”이라고 기존 입장을 확인하면서 “방사성 물질 유출이 극단적으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라코스트 청장은 “위기상황이 앞으로 1∼2주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후쿠시마원전 위기에 대한 국제기구들의 평가는 다소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ANS와 미국의 핵문제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전보장연구소(ISIS)는 이번 사태를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정 ‘국제핵사고등급(INES)’의 6등급으로 평가했다. 스리마일원전사고는 5등급, 체르노빌원전사고는 최고등급인 7등급이었다. 반면 일본원자력안전보안원은 16일 현재까지 4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관심은 7등급으로의 상향조정 가능성이다. ISIS는 이미 15일 “사태 추이에 따라 7등급으로 상향 조정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IRSN의 샤를이 “체르노빌 때와 같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방사능보호회(SRP)’의 세바스티안 플루그베이 회장도 16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재앙의 시작단계에 와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이번 사태가 제2의 체르노빌로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