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영사관, 직접 밥짓고 ‘운전기사’역할도…‘가족’으로 뛴다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생애 처음 지옥 같은 고통과 두려움에 떨었던 우리 교민들의 탈출 발걸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주센다이(仙臺) 총영사관은 교민들이 몸을 의탁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총영사관은 식자재가 부족한 상태에서 교민들에 대한 무료 식사 제공뿐만 아니라, 센다이를 벗어나는 교통편에 각종 안전 상태 확인까지 교민 안전을 위한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해 교민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진 발생 7일째인 17일 오전 8시쯤, 일본 미야기(宮城)현 센다이시 아오바(靑葉)구에 위치한 총영사관에는 여전히 센다이를 벗어나거나 한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교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영사관 한쪽에서 몇몇 여성들은 이들에게 제공할 주먹밥을 만들고 있었다.

영사관 직원 가족들인 김모(여·56)씨 등 2명은 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오후 직후부터 영사관으로 몰려든 교민들을 위해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김씨는 “처음에는 식자재가 너무 부족해 감당이 안됐지만, 주변 한인 식당에서 영업을 못해 남은 식자재를 무료로 제공해줬다”며 “나도 지진으로 집이 엉망이 돼 영사관에서 숙식하고 있지만 우리 교민들이 모두 안정을 찾을 때까지 귀국하지 않고 자원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사관에서 제공하고 있는 대(對) 교민 서비스는 이뿐만이 아니다. 부족한 휘발유와 차량, 인원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교민들을 센다이 외부로 실어나르고 있고 현재 교민들이 총영사관을 찾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수송버스 운영 담당자는 “노약자나 여성, 한국행 비행기 탑승 임박자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 최선의 교통편을 구성하고 있다”며 “아키타나 니가타에 도착한 이후의 교통편에 대해서는 자세히 안내해 줄 수 없는 것이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본래 총영사관은 교민들의 비자나 외국인등록업무, 번역 공증 등의 업무를 주로 하는 곳이지만 이제는 교민 안전 확보의 교두보 역할과 더불어 각종 생활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16일 오후 영사관을 찾은 한 여성 교민은 민원실 창구를 향해 “죄송하지만 한국에서 센다이로 송금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다소 황당한 문의를 해왔다. 센다이를 벗어날 여비로 쓸 현금이 모자라 한국에서 송금을 받으려 했지만 은행이 모두 문을 닫아 곤란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창구 직원은 교민의 통장과 휴대전화를 받아들고 “통장 번호와 은행 주소 등을 불러 드릴테니 한국 은행에 가서 송금하면 된다”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날 총영사관의 수송버스를 타기 위해 대기하던 이영순(여·46)씨는 “이런 상황이 되니 정말 한국인끼리는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들도 불안할 텐데 끝까지 교민들을 위해 일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센다이 = 박준희특파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