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엔화강세로 ‘글로벌 인플레’오나… 국내 금융계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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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엔·달러) 환율이 2차 세계대전 후 최저 수준으로 급락(엔화가치 급등)함에 따라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엔화 강세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금융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건을 위해 일본이 본격적인 자금 환수(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나서면 엔화는 더욱 강세를 띠게 되는데 이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심화로 국내 증시는 물론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호주 국채 금리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12엔 떨어진 79.59엔에 마감했다. 지난 1995년 4월19일 기록된 전후 최저치 79.75엔을 갈아치운 것이다.

문제는 환율이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재건을 위해 자금 환수에 나서기 시작하면 엔화가 더욱 강세를 띨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엔화 추가 강세는 약 달러를 촉발, 이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불러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해 전세계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증시 전문가들은 호주의 채권 금리에 주목하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일본이 2000년에서 올해 1월까지 채권을 가장 많이 사들인 국가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호주가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시작된다면 호주 채권 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호주 채권 금리는 하락(채권가격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채권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채권이 주식 등 자산에 비해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고 되는 까닭에 선진국 채권은 물론, 국내 채권, 호주 채권까지 모두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본 도시의 재건이 시작되면 글로벌 유동성 환수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호주의 채권시장 사이즈 대비 (일본의) 호주 채권 매수가 많다는 것은 유동성 환수의 시그널을 호주 금리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다행히 국내에 일본이 투자한 채권은 일본 전체 채권 투자의 0.4% 수준으로 많지는 않다. 그러나 광범위하게 풀려있는 엔화가 환수된다는 것은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든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더 이상 엔·달러 환율이 추가로 강세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더 이상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수출 등에 막대한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추가 하락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엔화는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이다가 중·장기적으로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