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美, 日정부 불신… “상황 훨씬 심각”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미숙하다는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관리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상황이 훨씬 더 극심하고 일 정부의 경고는 충분치 않다”는 등의 불신하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레고리 재스코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은 16일 미 하원 예산 관련 청문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봉을 보관하던 수조의 물이 바닥나 연료봉이 노출됐으며 이로 인해 방사선이 누출됐다”고 밝혔다. 재스코 위원장은 “(일 정부가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원전시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우리의 결론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미 정부는 이에 따라 일본 거주 자국민들에게 원전 주변 반경 80㎞ 밖으로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 발언이 일 정부의 방사선 위협 축소 의혹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제니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NRC의 자체 분석에 따른 것이며 만약 미국에서 일본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면 동일한 수준의 권고가 내려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백악관이 직접 나서 해명하기는 했지만, 미 정부도 내심 일 정부의 경고내용을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7명의 핵 전문가와 기술자 등을 일본에 파견한 데 이어 이날 34명의 전문가가 일본에 추가로 도착해 방사선 유출량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미 정부는 폐연료봉이 현재 공기 중에 노출돼 세슘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공기 중에 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스티븐 추 미 에너지 장관도 이번 원전사고가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사고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했고,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는 일 원전사고를 7등급인 체르노빌 원전사고보다 낮고, 스리마일섬 보다는 높은 6등급으로 분류했다.

일본 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현 사토 유헤이(佐藤雄平) 지사는 이날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발전소 인근 거주민들을 위한 대피소가 마련됐지만 따뜻한 음식은 물론 연료, 의약품 등 기본적 생필품조차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어 “우리는 모든 것에 있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