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선수 매수 파문>연봉 적은 선수에 검은 돈 유혹… 축구계 “올 것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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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구단의 축구선수 2명이 토토식 복권 승부조작 브로커로부터 각각 1억원 이상의 거액을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하위리그도 아닌 K리그 프로축구선수들이 토토식 복권 등을 통해 범죄에 연루돼온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25일 관련 소식을 접한 체육계는 허탈감과 충격에 빠졌다. 일부 축구인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다. 체육계는 지난해 중순부터 K리그에 토토식 복권이 만연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조작 브로커 등 조직폭력 세력이 배후에 있어 선수들이 한번 가담하면 쉽사리 빠져 나올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번에 검찰에 검거된 승부조작 브로커도 창원지역을 무대로 한 조직폭력의 추종세력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승부조작 브로커 김모씨로부터 1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모 구단 소속 골키퍼 A선수는 ‘러시앤캐시 컵대회’에서 4경기에 출장해 무려 11점의 실점을 했고 팀은 A씨가 출전한 경기에서 한 번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패했다. 또 다른 구단의 미드필더인 B씨도 이번 컵에서 한 경기에 출장했고 팀은 패배를 기록했다.

검찰은 이들이 고의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실수를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A씨와 B씨의 소속 구단 관계자 모두 선수들의 승부조작 가담 여부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축구계에서 그동안 소문이 나돌아 자체 조사를 했지만 K리그에서의 승부조작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승부조작에는 1군선수들보다 연봉이 적은 2군선수들이 유혹에 쉽게 빠져들었으며 승부조작에 가담하기 힘든 공격수보다는 수비수와 골키퍼들이 적지 않게 가담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프로축구계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자정노력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말과 올해 등 2차례에 걸쳐 스포츠토토와 연계, 연맹 등록 선수들을 대상으로 불법 베팅 사이트의 문제점과 실태에 대해 집중 교육했다. 올 시즌 개막에 앞서서는 ‘불법 베팅을 하다 적발될 경우 벌금 5000만원 부과와 영구제명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K리그 전 선수와 구단 직원들에게 받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축구계는 예상은 했다면서도 실제로 K리그에서도 승부조작과 거액 배당을 노린 선수 매수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한 구단의 관계자는 “우리 구단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며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프로축구계의 한 인사는 “오래 전부터 축구계에서 활동하는 브로커 수가 상당하다는 소문은 돌았다”면서 “프로축구계 전체가 어떤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용철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마케팅부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달 초 검찰에서 K리그 승부조작 관련 조사를 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 연맹 차원에서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유민환·박정경·이화종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