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광장>원천기술의 개발과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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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 서울대 공과대 교수·전자공학

불과 일주일 사이에 관악산의 초목들이 점점 짙고 싱그러운 녹색을 띠는 것이 마치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성장을 대변하는 듯해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는다. 비록 여야가 국민이 보기에도 한심하게 다투고 노조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공격적인 파업을 해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도도한 성장세를 꺾을 수는 없다.

이 같은 지속적인 성장은 국제 경쟁력이 나날이 커져 가는 기업들과 대학들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이면에는 대학 발전과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정부의 노력 또한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다녀온 국제학술회의의 참가자 분포를 보면 한국의 경쟁국들도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과거에도 국제 경쟁을 통해 성장한 것이 분명하지만, 앞으로 갈수록 선진 및 후발 경쟁국들의 견제는 더욱 심해진다는 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다양한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자주 접한다.

국가 연구 관련 정책 담당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최선의 정책을 개발하고 있을 것으로 믿지만 현장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문제가 효과적으로 반영되는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연구·개발(R&D)은 정부의 투자도 중요하지만 민간 기업의 투자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민간과 정부의 R&D 투자를 계획하고 집행하는 과정은 정부 담당자나 민간기업 대표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국가 연구비를 기획하는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연구 내용의 경쟁력만 고려하는 정책과 지역 균형을 고려하는 정책 사이에서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압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과거 두 정권에서는 지역 균형을 고려한 사업들에 무게를 두고 다양한 정책이 집행됐다.

반면 현 정부에서는 지역 균형을 고려하면서도 경쟁력 위주의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지난 정부의 정책 관성을 극복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고 한다. 현실적으로는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기술 경쟁력 이외에 늘 지역 균형적 요소가 반영된 사업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편 선진국의 견제와 함께 이미 위협으로 다가온 중국, 인도와 같은 후발 경쟁국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 연구비의 투입이 국제 경쟁력 강화로 무게중심 이동도 필요하지만 민간 기업의 기술 투자 또한 매우 중요하다. 국내 정보·기술(IT) 관련 장비 부품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은 최고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휴대전화와 같은 소비자 제품과 더불어 통신장비 기술력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수입에만 의존하던 전화를 위한 전전자교환기를 정부가 지원하는 산·학·연 사업으로 국내 개발을 성공하고 나서 수입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짐은 물론이고, 국산 교환기를 이용해 저비용으로 세계 최고의 유선전화 보급률을 달성한 국가 개발 사업이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국내 연구진과 기업을 믿고 이를 현장에 설치한 공기업의 보이지 않는 노력도 숨어 있다.

결과적으로는 지금 세계 최저의 유선전화 요금 혜택을 국민이 누리고 있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비싼 전화요금을 국민이 지불한 것 또한 사실이다. 지금 사회에서는 이동통신 요금 인하 문제로 많은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의 이동통신 서비스 수준은 세계 최고지만 단위 시간당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라고 한다. 국민이 체감하는 통신요금이 비싼 것은 시간당 요금의 문제이기보다는 1인당 통화량이 많은 데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국민의 체감과 달리 현재의 시간당 이동통신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까닭이 과거 정보통신부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집행한 덕택이며 그 결과 이동통신 기술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