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로비 파문 확산>檢, 금감원·감사원 로비軸 추적…‘감독기관 심장’ 겨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금융산업을 총감독하는 금융감독원장은 물론, 청와대와 감사원, 국무총리까지 겨냥하고 있다. 은진수 전 감사위원을 중심으로 감사원 고위관계자들의 연루 사실이 확인됐을 뿐 아니라 김종창 전 금감원장, 심지어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줄줄이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황식 총리가 감사원장으로 있었을 당시 “저축은행 PF를 감사하려 하자 사방에서 압력이 들어왔다”고 한 발언도 현시점에서 의혹의 확대재생산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은 전 위원은 종착지가 아닌 경유지, 몸통이 아닌 깃털이란 얘기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 과정에서 의혹이 또 다른 의혹을 낳은 경우도 있지만, 은 전 위원을 통해 드러나듯 의도치 않은 비리가 속속 꼬리를 드러내고 있어 검찰 수사에 청와대 등 권력 심부와 여야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는 은 전 위원이 2010년 2∼10월 사이 수차례에 걸쳐 김종창 전 금감원장을 통해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 강도와 제재 수준을 낮춰달라는 청탁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부탁을 한 사람은 현재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창구이자 금융브로커인 윤모씨로 알려져 있다. 은 전 위원이 청탁을 받은 시점은 2010년 1∼4월 진행된 감사원의 ‘서민금융 지원시스템 운영 및 감독실태 조사’와 2010년 8월 금융감독원이 부산저축은행의 비위행위를 검찰 등에 통보한 시점과 일치한다.

검찰은 김 전 금감원장이 은 전 위원과 실제로 접촉했는지, 청탁을 받았는지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김 전 원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감사위원과 금감원장이 동시에 검찰 수사망에 걸린 것이다. 김 전 원장은 은 전 위원 변호인측이 “윤모씨로부터 금감원장에게 청탁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히기 전인 30일 오전 “머리를 식히러 가겠다”며 집을 나선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 실무자들과 부산저축은행의 유착관계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검찰은 30일 구속기소된 이자극 금감원 부국장이 2010년 5월 금감원의 부산저축은행 감사 결과 자료를 통째로 부산저축은행에 넘겨준 사실을 확인했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