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Interview >“이집트 민주화 정착 10년 걸릴 것”

이스라엘의 원로 중동전문가인 메디치니 메론(78·사진) 히브리대 교수는 8일 아랍 민주화바람이 최근 정체현상을 보이는 것과 관련, “아랍의 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나 그 과정은 험난하고 기복이 많을 것”이라면서 “반정부시위가 성공한 이집트의 경우 민주화 정착까지 10년 정도가 필요하고 시리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체제가 무너져도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메론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제이슈로 부상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평화협상문제에 대해 “한국사람들이 고민하는 북핵문제는 남북한이 민족과 언어, 역사를 공유하고 있어 해법도 비교적 간단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은 인종과 언어, 종교, 문화가 다르고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뒤얽혀 있어 해법 자체가 복잡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메론 교수는 중동문제를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이스라엘의 대표적 전문가로 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방한 중이다.

―시리아반정부시위가 내전사태로 전화되고 있는데.

“시리아는 중동 최대 불안요인이다.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우려스럽다.”

―알아사드 이후의 시리아에 대한 전망은.

“시리아는 알아사드 중심의 소수세력이 공포에 의지해 국가를 지배해왔다. 알아사드가 물러난다 해도 상황은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 아주 가난한 나라여서 중산층이 대안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앞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인데 잘못되면 레바논 같은 만성적인 내전국가가 될 수도 있다.”

―이집트가 체제 이행과정에 돌입한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이집트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사퇴 후 군정이 시작됐는데 군이 향후 어떤 역할을 할지는 두고봐야 한다. 9월 선거에서 대통령은 아마 암르 무사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당선될 것이고, 의회는 30% 이상 무슬림이 장악하게 될 것이다. 이집트 민주화 과정은 10년이면 정착될 수 있을 것인데 일단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 효과가 급속하게 인근 지역으로 파급되면서 이집트가 중동의 키 플레이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워싱턴의 중동전문가들은 아랍의 봄이 아랍의 겨울로 변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는데.

“그것은 중동권의 모든 나라가 혼란에 빠질 경우를 가정한 것인데 그렇게 되기보다 각 나라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에 따라 변화와 발전의 속도가 다를 것이라고 본다. 민주화는 좋은 것이고, 한번 시작된 것은 막을 수 없다. 아랍권에 민주주의가 확산된다는 것은 이스라엘과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해법으로 1967년 국경선 존중을 제안한 것에 대한 입장은.

“평화협상의 조건이 되기 힘든 제안이고, 설득력도 없다. 1967년 국경선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이스라엘 안보를 지킬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갈등 해법으로 2개 국가론이 유력한 방안으로 논의되어 왔는데.

“이론적으로는 설득력 있지만 나는 그게 너무 늦지 않았나 싶다. 이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물리적으로 나누기는 어려울 정도로 서로 많은 것이 얽혀 있다. 이스라엘 인구의 30%는 아랍인종이고 예루살렘 시민의 30%는 무슬림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뭔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해법은 중동 전체 차원에서 봐야 한다. 중동 문제는 최소 5∼6개가 중첩되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과 아랍, 아랍과 아랍, 유럽과 미국, 유럽과 미국, 중국 등이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은 아무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중동의 메이저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중동 문제는 이런 문제들이 상호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 하나만 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중동권 안에서는 이스라엘과 이집트, 이란, 터키가 메이저 플레이어다. 네나라의 상호관계 속에서 팔레스타인 문제가 풀려야 한다.”

―1993년 이후 두 번째 방한인데, 그간의 변화를 어떻게 보는가.

“한국은 위기 속에서 생존력을 키워온 나라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인들이 자신감을 잃는 과정을 겪었다면 한국인들은 점점 자기확신과 자신감을 갖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본학 전공자로서 일본에 그렇게 비판적인 이유는.

“일본은 중심이 텅 빈 나라다. 일본의 지도력 부재가 재난의 근본원인이다. 전후 일본을 지배한 더글러스 맥아더는 쇼군처럼 강력한 파워로 일본을 변화시켰다. 요즘 일본에는 맥아더와 같은 역할을 할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원전 폭발 이후 깊어지고 있는 위기는 치유가 불가능할 것이다. 일본은 늙고 활력이 없는 나라가 됐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

◆메디치니 메론 =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국제정치로 석사,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저서로 ‘골다메이어 평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