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기업 관여 ‘위험수위’>野는 ‘노조의식’ 與는 ‘지역눈치’

최근 유례를 찾기 힘든 여야의 ‘대기업 때리기’는 역시 내년 총선·대선 ‘표심’을 의식한 행보로 분석된다. 또한 정치권의 친서민 경쟁 속의 반대기업 정서와 감정적인 문제까지 섞이면서 정치권과 재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한진중공업 사태 청문회를 개최하자는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 데는 부산 지역의 민심을 크게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2001년 대우차, 2009년 쌍용차 사태 등 대규모 노사분규 때도 없었던 사기업 대상 청문회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4월 야당에서 한진중공업 사태를 포함한 ‘5대 노동 현안’ 진상조사를 요구했을 때만 해도 이를 거부했지만 ‘4·27 재·보궐선거’를 거치면서 2개월여 만에 태도가 달라졌다. 이범관 환노위 한나라당 간사는 “정치권이 분규 현장에 가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지만 국회는 모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용광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청문회 개최에 찬성했다. 부산에서는 고용난 속에서 지역 최대 기업 중 하나인 한진중공업에서 대규모 해고 사태가 일어난 데 대해 여론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역 언론 등에서는 “부산 지역 의원들이 일시적이더라도 환노위에 들어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구(부산 영도구)에 한진중공업 공장이 있는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이 22일 환노위 출석을 자청해 사측을 강하게 비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값 등록금’, 감세 철회 움직임에 ‘쓴소리’를 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에 대한 정치권의 잇단 비판은 정치권 일부의 ‘반대기업 정서’가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국정감사 때마다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요구하는 등 ‘망신주기식’ 반대기업 정서가 상존해 있었는데 최근에는 잇단 친서민 정책 경쟁 속에서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정태근·남경필·김성식 의원 등 한나라당의 대표적 소장파들은 허 회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한나라당 내에서 소득세·법인세 감세 철회 등의 논의를 주도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경책을 친대기업으로 규정해왔다. 최근 정 의원은 중소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MRO)’ 업종 진출에 대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