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병대가 어떻게…” 유족들 분통

“장례를 치르기로 했지만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해병대가 그렇게 허술한 부대입니까.”

4일 발생한 인천 강화군 해병부대 총기난사 사건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전날 사고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들의 표정과 말 속에서는 슬픔과 함께 분노가 읽혀졌다. 창졸시간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이날 오열 속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슬픔 속에 힘겨운 하루를 보내야 했다.

5일 오전 9시 빈소 주변을 통제하고 있는 해병대측은 브리핑을 통해 유족들이 시신 부검을 하지 않는 데 동의했으며 현재 장례 절차 등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현재 가족들은 정식 대표단을 구성하진 않았지만 유가족별로 2명의 대표를 뽑아 장례와 관련된 사안을 논의 중이며 해병대측에선 가족들의 요구조건을 대부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병대측은 가족들을 위해 빈소 외에 병원 주변의 직원 숙소 등을 임차하고 식사를 제공하는 등 이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이승렬 상병의 친척인 김모씨는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한 뒤 가족들의 상황이 많이 안 좋다”며 “어제는 하루종일 오열했지만 현재는 다들 정신을 가다듬지 못한 채 해병대원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비통해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폭음을 하고 다른 유족들과 언쟁을 벌이거나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사촌동생인 이승렬 상병을 잃은 개그맨 임혁필(39)씨는 4일 밤부터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수도병원을 찾아 밤새 빈소를 지켰다.

임씨는 “나를 보고 해병대를 지원한 아이인데 이같이 가게 돼 정말 할 말이 없다”며 “심장이 멎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걸그룹 나인뮤지스의 은지(여·23) 또한 스케줄을 미루고 이종사촌 동생인 고 권승혁 일병의 빈소를 찾아 새벽까지 자리를 지키며 오열했다. 은지의 소속사는 “평소 이종사촌 동생 이야기를 늘 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던 은지가 이번 사건으로 무척 힘들어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