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외톨이형 모방테러’ 비상

핀란드에서 폭발물 제조에 쓰일 수 있는 질산암모늄 비료 10㎏을 폴란드에서 주문한 18세 소년이 긴급체포됐다. 현지 경찰은 28일 성명을 통해 “문제의 소년을 전날 구금하고 같은 날 그의 집을 수색했다”며 폭발물을 만드는 데 사용할 의도였던 것으로 보이는 물질을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문제의 소년은 심문과정에서 취미로 불꽃놀이용 화약을 만들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르웨이 연쇄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폭탄제조를 위해 비료를 다량 구입하고 인터넷으로 화약물질을 구매했다는 것을 근거로 경찰은 모방범죄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대테러 전문가들은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 후 성명을 내고 “특정 조직에 속해 있지 않고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외로운 늑대 테러범’에 대해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EU 대테러 책임자 기예 드 케르초브 조정관의 고문인 팀 존스는 AP통신 등과 인터뷰에서 “브레이비크의 ‘나홀로 십자군 전쟁’식 범행으로 인해 이데올로기에 관계없이 유사 테러가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를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면서 무기판매 억제 등 제도적 대책과 함께 테러를 일으키는 심리적 촉매에 대한 이해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르뵤른 야글란 노벨평화상 위원회 위원장 겸 유럽회의 사무총장은 이날 ‘유럽의 인종주의’라는 제목의 신문 기고문에서 “브레이비크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까 걱정스럽다“며 “우리가 무슬림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온통 정신이 팔린 사이 이런 사태가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유럽 각국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독일의 한스 페터 프리드리히 내무장관은 정보기관이 극우단체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벨기에 정보당국도 모방범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밀 수사에 착수했다고 드모르겐 등 현지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대테러 정보기관인 OCAD와 법무부 국가안보국(SV) 등 정보당국은 브레이비크로부터 e메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극우정당 의원과 이른바 ‘2083, 유럽 독립선언서’라는 문건에 인용된 글의 출처로 밝혀진 인터넷 신문 등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과 스페인 정부도 유럽 차원의 극우주의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