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 ‘패닉’>“美 신용강등 후회도, 再考도 없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결정을 후회하지 않으며, 재고할 생각도 없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뒤흔든 진원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의 신용등급평가책임자 데이비드 비어스(54·사진)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쏟아지는 비판을 일축했다. 그는 8일 abc방송에 출연해 S&P의 결정 때문에 금융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였다는 비난에 대해 “심한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S&P가 지난 5일 등급을 낮추기 전부터 이미 시장은 요동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트리플A(AAA)에서 AA+로 낮춘 결정을 다시 생각해볼 의향이 있는가란 질문에 대해서도 “결코(absolutely) 없다”고 분명히 했다.

비어스는 특히 하루 전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S&P에 대해 “끔찍한 판단”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던 데 대해 “채무한도협상과정에서 이미 재무부가 재정문제를 인정하는 등 우리의 분석에 동의해놓고 정작 등급은 거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앞서 존 벨로우스 재무부 경제정책 차관보가 “S&P는 등급 평가 과정에서 미 부채에 대한 2조달러를 잘못 계산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비어스는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같은 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2조달러 오류 주장은 우리의 결정을 반기지 않으려는 연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공화 양당이 재정정책에 대한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장래에 더 강력한 재정안정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미국이 신용등급을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7일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신용등급이 6개월에서 2년 내에 추가 강등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비어스는 1990년 S&P 입사 이후 20여년 동안 국가신용등급평가를 담당해온 전문가이다. 버지니아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후 런던정경대(LSE)와 살로먼브러더스은행 등을 거쳤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S&P가 그리스, 스페인 등 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 경제취약국들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강등하면서 비어스는 ‘아야톨라 비어스’란 별명을 얻었을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