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대회 D-10>“파월도 게이도 내 라이벌 아니다”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도 타이슨 게이(29·미국)도 나의 라이벌은 아니다.”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16일 오후 문화일보와의 e메일 단독인터뷰에서 자신과 함께 ‘세계 3대 스프린터’로 꼽히는 파월, 게이 모두 “라이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볼트는 “나는 한 선수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상대선수 모두를 존경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볼트의 말은 외견상으로는 ‘다른 선수에 대한 존중’으로 보이지만, 속뜻을 파헤치면 ‘누구도 나와 라이벌이 될 수 없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될 수 있다. 볼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 단거리 정상에 오른 후 무적행진을 벌여왔다. 파월은 개인통산 70번이나 100m를 9초대에 주파했고, 게이는 2007년 오사카세계육상선수권에서 100·200m를 제패하는 등 볼트 등장 전까지 ‘단거리 황제’로 군림했다. 볼트는 파월에 대해 “자메이카 동료로서 자주 만나는 좋은 친구”라고 밝혔다. 게이에 대해서는 “그는 미국에 살고 나는 자메이카에 살기 때문에 만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자메이카 언론은 “볼트는 현재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파월이 100m 정상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볼트는 “파월은 잘 달려왔지만 다른 몇몇 선수들도 그렇게 했다. 나는 현재 몸 상태가 좋고 대회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며 우회적으로 반대의견을 폈다. 그는 “직접 와서 보라. 흥미진진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볼트는 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기초훈련(background training)’을 했다.

볼트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새로운 ‘세리머니’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왼팔을 하늘로 치켜들고 오른팔로 당기는 듯한 동작을 취하는 일명 ‘선더볼트 세리머니’는 볼트의 아이콘이 됐다. 이번에 이 동작에 변화를 주겠다는 게 볼트의 뜻이다. 그는 “기다리면 꼭 보게 될 것”이라며 공개는 꺼렸다.

지난해 5월 한국을 처음 방문한 볼트에게 이번이 두 번째 한국 입국이다. 볼트는 “한국의 모든 것이 굉장하다”며 “나는 지난해 매우 좋은 대접을 받았고 이번에도 같은 환영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볼트는 ‘굉장한 나라’ 한국의 언어에 대해서도 관심을 드러냈다. 볼트는 “아직 한국어를 모르지만 몇 주 안에 한국어 몇 마디를 배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한국어 학습’ 계획을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선수인 볼트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자신을 세상에 알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아니었고, 3개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베를린세계선수권 시절도 아니었다. 볼트는 “가족·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소박한 행복론을 폈다. 반면 ‘가장 불행한 순간’으로는 “부상 때문에 내 일(육상경기)을 하지 못할 때”를 꼽았다.

볼트는 ‘리듬앤드블루스(R&B)’와 자메이카 전통 음악인 ‘레게’를 좋아한다. 12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팔로어들에게 미국의 힙합가수 ‘제이 지(Jay―Z)’와 ‘카니에 웨스트(Kanye West)’가 최근 발표한 ‘Otis’라는 곡을 소개하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는 자메이카의 댄스뮤지션인 ‘빕즈 카르텔(Vybz Kartel)’을 꼽았다.

이화종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