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적 기수문화·인사가 문제”

부장급에서 평검사에 이르기까지 한창 일할 연조의 검사들이 줄줄이 조직을 떠나고 있는 현상과 관련, 검찰 출신 전문가들은 “이는 국가적 과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커다란 문제”라며 “자체적인 신뢰 회복은 물론 비합리적인 기수 문화와 인사 관행을 개선하고 검사들의 사기를 진작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전문가는 ▲검찰 조직의 극단적인 피라미드 구조 ▲상명하복을 축으로 한 극한의 업무 강도 ▲오만한 권력 집단이라는 비난 여론이 층층이 쌓여 엘리트 검사들이 조직을 떠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인 노명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2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할 일이 많은 젊은 검사들이 줄 이어 옷을 벗는 것은 검찰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검찰의 극단적인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최선을 다해 일해도 무죄 판결을 내는 등 법원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는 자괴감이 최근 검사들의 자부심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격무와 낮은 처우, 대국민 신뢰 저하 등으로 내부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소명 의식이 상실돼 가고 있다는 것이 이탈 현상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반 고소 사건의 경우 처리 시한이 3개월인데 관련자 소환 조사까지 하려면 항상 시간에 쫓겨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15년차 검사가 한 달에 받는 월급은 샐러리맨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최근 후배 검사들을 만나 보면 구속과 기소 여부에 따른 스트레스에, 검사 간 경쟁을 유도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국민의 인권을 위한 검찰보다는 수사하는 기계로 스스로를 폄하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승진에서 탈락하면 한직 부서로 발령이 나거나 지방 청으로 돌다 퇴직할 수밖에 없는 인사 구조”라며 “기수에 따라 인재를 배제시키는 문화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교수는 “힘들게 일해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다는 인식이 젊은 엘리트 검사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일훈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