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골찬 땅 속의 기운… 이 맛이 알토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종춘·강순옥씨 부부가 전남 곡성군 삼기면 노동리의 밭에서 갓 수확한 토란을 경운기에 옮겨싣고 있다.

튼튼하고 실속 있는 것을 ‘알토란’에 비유하듯 토란은 식감과 영양 등 모든 면에서 실속 있는 채소다. 봄과 여름 대지의 기운을 흠뻑 머금고 가을에 비로소 속이 영그는 ‘알짜 채소’ 토란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는 지난 추석을 전후해 대량 출하됐지만 예년 같으면 요즘부터가 제철이다. 재배 농민들은 추석이 지난 후 토란 값이 크게 떨어져 ‘실속 있게’ 즐길 수 있는 시기라고 조언했다.

지난 15일 오후 토란 수확이 한창인 전남 곡성군 삼기면 노동리 남계마을을 찾았다. 마을 입구 6600㎡ 규모의 토란밭에서 박종춘(56)·강순옥(48)씨 부부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박씨가 쇠스랑으로 땅을 후벼 판 뒤 줄기를 걷어 올리자 30∼40개씩 달린 토란이 딸려 나왔다.

부부는 줄기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잔뿌리를 다듬은 뒤 상·중·하 품질별로 구분, 10㎏들이 종이박스에 포장했다. 박씨는 “지난 3월 씨를 뿌린 후 추석 직전에 전체 재배면적의 50%가량을 출하했고 나머지는 10월 말까지 수확할 계획”이라며 “기후와 토질이 토란 재배에 적합한 곡성지역의 토란을 최고로 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곡성의 토란 재배면적은 지난해 기준 45㏊로 전국(189㏊)의 24%를 차지했으며 올해는 78㏊로 늘었다.

곡성 토란이 유명해진 것은 1990년대 후반 곡성군 주관하에 전국 최초로 상업적 재배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자가소비용으로만 재배됐던 토란을 출하 목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재배면적을 꾸준히 늘려 오늘에 이르렀다.

곡성군이 이 같은 정책적 판단을 한 데는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토란의 생육환경이 곡성지역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토란은 습기가 많은 것을 좋아하나 장기간 과습하면 뿌리의 발육이 나빠지는데, 곡성의 기후는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만큼 적당히 다습하다고 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토란줄기를 살펴보면 어미토란의 곁눈이 자라 아들토란이 달려 있고 같은 생리로 손자토란이 생겨나 있다. 곡성토란은 더 나아가 증손자토란, 심지어 고손자토란까지 덩이줄기에 붙어 있을 만큼 발육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은 2012년도 농촌진흥청 현장공동연구대상으로 선정된 곡성 토란을 명품브랜드 농산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특히 알토란과 토란대를 진공포장해 연중판매를 추진하는 한편 ‘즉석 토란국’등 간편식품도 개발 중이다. 그렇게 되면 9~11월 생산되는 곡성토란을 일 년 내내 맛볼 수 있게 된다.

토란을 즐기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토란탕(또는 토란국)을 해 먹는 것이다. 토란탕은 예로부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추석, 설 등 명절 차례상에 빠짐없이 올랐다. 토란은 쇠고기, 들깨와 궁합이 잘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란대(토란 잎자루)는 나물로 무쳐 먹어도 되고, 육개장·보신탕·장어탕 등을 끓일 때 함께 넣으면 풍부한 맛을 더한다.

토란은 탄수화물, 무기질,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등을 여러 가지 영양소를 고루 함유하고 있다.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 감자, 고구마 등과 함께 구황식물로도 손색이 없었다. 요즘 들어 토란에 많이 함유된 멜라토닌, 무틴 등 성분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불면증과 두통, 변비, 관절통, 노화방지에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토란대를 많이 먹으면 수험생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곡성 = 글·사진 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m